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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이어 온 긴자(銀座)의 라이온 맥주홀 이야기
현존하는 호프집에서 가장 오래된 곳...사람들의 발길 끊이지 않아
2023년 10월 25일 (수) 11:01:40 장상인 JSI미디어 대표이사 renews@renews.co.kr

오랜 만에 찾은 도쿄의 긴자(銀座) 거리는 인산인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에 갈증을 느낀 관광객들이 모여든 때문이었다.

필자는 도쿄 출장 시 긴자의 명물인 라이온 맥주홀(Beer Hole)을 자주간다. 일본의 파트너들과 만나기 위해서다. 교통이 편리하고 찾기 쉬운 곳이다.

맥주홀을 향해 가면서 보리와 맥주의 관계를 생각해봤다. 언젠가 읽었던 미국의 맥주전문 언론인이자 비평가인 ‘조슈아 M. 번스타인(Joshua M. Bernstein)’의 저서 <맥주의 모든 것>(정지호 옮김)을 빌어서다.

“보리는 맥주를 만드는 주춧돌 중 하나로 뜨거운 물에 담가놓으면 양조가능한 맥아로 변신한다. 보리가 맥아로 변하면서 효소가 생성되는데, 이 효소 덕분에 단백질과 전분은 발효 가능한 당으로 변하고 효모가 나중에 이를 양분 삼아 알코올을 생성한다.”

저자는 일본 맥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자유로운 연상 게임을 한번 해보자. ‘일본맥주?’하면 여러분 마음속으로 아사히, 삿포로, 기린 같은 라거(Lager)가 점령한 스시 음식점과 가라오케 바(bar)를 방황할 것이다.”

일본 맥주 시장의 분위기를 적절하게 표현한 글이다. 일본의 맥주는 4개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판매량 기준으로 본 시장 점유율은 아사히가 36.5%, 기린이 35.7%, 산토리가 16.5%, 삿포로가 11.5%다. 

‘일본 맥주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일본 문헌에서 ‘맥주’라는 단어를 확인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네덜란드어 통역관을 지낸 ‘이마무라 이치베에(今村市兵衛)’와 ‘나무라 고베에(名村五兵衛)’가 1724년에 남긴 <화란문답>이다.

그리고, 일본인 최초로 맥주를 양조한 사람은 ‘가와모토 고민(川本幸民 /1810-1871)’이다. 가와모토(川本)는 1853년경 ‘자택에서 맥주 양조 실험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조온지(曹源寺) 경내에서 ‘가쓰라 코고로(桂小五郎)·오무라 마스지로(大村益次郎)’ 등을 초청해서 자신이 제조한 맥주의 시음회를 가졌다.

280석의 좌석을 꽉 메운 홀

   
(손님들이 꽉찬 홀의 내부/ 기둥도 보리를 형상화 했다)

“메뉴 표를 보시면서 천천히 주문하시기 바랍니다.”

“아닙니다. 먼저 생맥주 한잔을 소(小)로 주시기 바랍니다. 안주는 메뉴 표를 보면서 고르겠습니다.”

맥주가 나오는 동안 고개를 들었다. 맥주를 따르는 종업원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 뒤의 벽면에는 맥주보리를 수확하는 부인들을 그린 대형 벽화가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일본 최초로 일본인이 제작한 유리 모자이크를 이용한 대형벽화다. 맥주를 가져온 남자 직원 A(40)씨에게 인테리어에 대해서 묻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가로 5.75m x세로 2.75m의 대형 벽화)

“인테리어는 당시로서는 공들여 만든 것으로 건축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절대적인 칭찬을 받았습니다. 매장은 ‘풍요와 수확’을 컨셉으로 보리와 포도를 모티브로 한 장식입니다. 누구나 여유롭게 생맥주를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입니다. 전쟁 때 많은 호프집은 소실됐으나, 다행스럽게 공습을 면해서 89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종업원의 말대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호프집의 전당'이라 부르기에 적합한 품격을 갖추고 있었다.

이 건물은 1924년에 준공된 일본맥주회사의 본사 사옥이었다. 준공과 동시에 사옥의 1층을 맥주 홀로 오픈했다. 2차 대전에서 패전(1945) 후로는 미군이 접수했다. 미군 철수 후 1952년 다시 민간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 맥주홀은 지난해에 등록유형문화재로 등록되는 영광을 안았다. 벽면 곳곳에 이를 축하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등록유형문화재는 1996년 문화재보호법 개정으로 창설된 문화재등록제도에 따라 정부의 문화재등록원부에 등록된 유형문화재를 말한다. 등록대상은 당초 건조물에 한정되어 있었으나, 2004년 문화재보호법 개정에 따라 건조물 이외의 유형문화재도 등록대상이 됐다. 등록 물건은 근대(메이지 이후)에 건조된 것이 주를 이루지만, 에도 시대의 것도 등록 대상이 되고 있다.

   
(등록유형문화재의 축하 포스터)

생맥주를 따르는 방법 자체가 달라...지하 탱크에서 바로 만든 맥주

이곳의 맥주가 맛이 좋기로 소문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 맥주홀은 생맥주를 다른데서 운반해오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지하 탱크에서 바로 만든다. 생맥주를 따르는 기술도 독특하다. 또 다른 종업원 B(35)씨의 말이다.

“음식점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맥주 서버(맥주를 따르는 기계)는 맥주의 액체와 거품을 따로 추출하는 타입입니다. 이 생맥주를 따르는 방법은 처음에 맥주의 ‘액체’를 따르고 마지막으로 만든 ‘거품’을 얹습니다. 저희가 사용하는 맥주 서버는 구조가 조금 달라서 ‘따르면서 거품을 만든다’는 따르는 방법입니다. 먼저 잔이나 맥주잔을 11~12도로 기울이고 추출 구에서 힘차게 나오는 맥주를 잔 안쪽 면에서 조용히 받아 왼쪽 방향의 소용돌이를 만듭니다. 이 순간 미세한 거품이 퍼져 액체 속은 하얗게 변합니다. 잔을 맥주로 채우고 소용돌이 회전이 느려지면 액체 내에 퍼져 있던 거품이 맥주 표면으로 올라가 풍성한 거품 층이 완성됩니다.”

맥주홀의 2층은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의 주방장 C(55)씨의 말이다.

“우리는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의 맛을 계속 지키고 있습니다. 조리 기법도 그렇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전달하는 애정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자랑입니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한결같이 고객에게 사랑받는 요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맛과 애정이 넘치는 곳이라면 고객들이 스스로 찾아간다. 그곳이 바로 자연스럽게 명소가 된다.

전화로 통화한 본점 영업부 홍보담당 요코(橫·30)씨의 말아다.

“세대를 초월해서 사랑을 받아온 호프집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동시에, 생맥주를 매개로 하는 음식문화의 향상과 지역사회의 발전에 힘쓰겠습니다.”

종업원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긴 여운을 남겼다.

맥주홀을 나서자 긴자의 거리는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출처: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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