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품종이 뭐에요?”

“보더콜리 종(種)이고요, 이름은 ‘허쉬’입니다. 아주 똑똑하고 매너가 좋은 아이입니다.”

며칠 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견주(犬主)와 필자가 나눈 짧은 대화다. 개를 ‘매너가 좋은 아이’라고 말한 점도 좋아보였다.

보더콜리(Border Collie)는 스코틀랜드에서 8-11세기부터 순록을 지켰던 목양견으로 알려져 있다. 목양견 중에서도 최고로 꼽혔다. 1995년에 제작된 호주와 미국의 합작 영화 ‘꼬마돼지 베이브’에도 보더콜리가 등장한다.

사람들이 개를 키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인 작가 체코의 ‘카렐 차페크(Karel Capek, 1890-1938)’의 반려동물 에세이 <개와 고양이를 키웁니다>(신소희 옮김)를 통해서 알아본다.

“인간이 개를 키우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세속적 허영심 때문에 ②집을 지키기 위해 ③혼자 있기 싫어서 ④그냥 개가 좋아서 ⑤기력이 남아도는 탓에 개를 길들여 주인 노릇을 하고 싶어서다.”

작가는 다섯 번째 이유인 ‘기력이 남아서였고, 이 세상에 나를 무조건 따르는 동물이 존재한다면 좋을 것 같아서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고급 품종의 순종 개를 키우는데서 느끼는 허영심도 내재돼 있었다’고 토로했다.

<“저기 보렴!” 어느 어머니가 아이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멍멍이가 있네!” 나는 살짝 모욕당한 기색을 띠며 돌아서서 말했다. “에어데일테리어입니다.” 하지만 가장 짜증을 돋우는 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었다. “멋진 그레이하운드네요. 그런데 이렇게 털이 많죠?”>

<사진: 에어데일테리어>

책에 쓰인 ‘에어데일테리어(Airedale Terrier)’와 ‘그레이하운드(Greyhound)’가 사람에 따라서 지역 이름인지 고속버스회사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에어데일테리어’의 원산지는 영국 요크셔 지방 에어데일 계곡이다. 키 55-60cm, 몸무게 18-23kg으로 테리어(Terrier)종 가운데서는 가장 큰 중형견이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영국 군용견으로 전령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1883년 독립종으로 인정받은 후 미국·캐나다·인도·아프리카 등의 사냥대회에서 활약하고 있다.

<사진: 그레이하운드의 날렵한 모습>

그레이하운드는 원산지가 이집트다. 키 약 70cm, 몸무게는 27-32kg이다. 몸이 가늘고 매우 빨리 달리는 사냥개다. 시력이 좋아 사냥감을 잘 찾으며, 일단 눈에 들어오는 먹잇감은 끝까지 쫓아간다(출처: 지식백과).

개의 습관을 잘 파악해야...집에서 키울 수 있는 견종도 중요해

저자는 개의 습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서술했다.

<사진: 포메라니안>

<모든 개에게는 특유의 습관이 있다. ①개라는 동물의 일반적인 습관 ②견종에 따른 독특한 습관이다. 개의 일반적인 습관에는 진정한 개라면 드러눕기 전에 그 자리를 세 번 빙빙 돈다든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입술을 핥는다든지 하는 것이 있다. 그런가 하면 닥스훈트·포메라니안·테리어·와이어 헤어드테리어 등 견종마다 다양한 습관이 있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견종마다의 습관을 잘 익혀야 한다. 저자는 집에서 키울 수 있는 품종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책속으로 들어가 본다.

<집에서 개를 키우겠다면 작은 개를 택하도록 하자. 느긋하고 유순하며 가정집 현관에도 어울리는 개 말이다. 슈나이저, 아이어헤어드 폭스테리어, 그밖에도 여러 털 복송이 친구가 있다. 닥스훈트나 토이불도그도 좋고, 푸들이나 스피츠, 퍼그의 부활에 기여하는 것도 좋다.>

저자는 세상에는 무수히 다양한 종류의 개가 존재하는데, 유행을 따르느라 그 견종에게 필요한 여건을 마련해 주지도 못하면서 욕심만으로 키우는 것을 경계한다. 이는 지금 우리에게도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돈이 될 만한 품종을 우선시하고 유행하는 품종만 선호하고, 앞뒤 재지 않고 무작정 키우다가 책임감 없이 유기(遺棄)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 본다.

개는 결코 혼자 놀지 않는다. 개는 모든 놀이에서 동반자, 구경꾼 등 함께할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혼자서도 잘 논다. 저자가 본 고양이의 습성이다.

<고양이는 혼자 둬도 털실 한 뭉치, 흔들거리는 줄 하나만 있으면 만족스럽게 우아하고 조용한 놀이를 시작할 것이다. 인간이 같이 놀아줘도 고양이는 결코 ‘네가 여기 있어서 기뻐!’라는 표정을 짓지 않는다...고양이는 자신에게서만 즐거움을 찾는 냉소주의자다.>

인간이 야생동물이 되지 말아야

<사진: 고양이 랙돌(Ragdoll)/ 책과는 관련이 없는 이미지>

고양이가 본 인간의 모습이다.

“인간은 아름답지 않다. 털이 없으니까. 게다가 침도 충분히 나오지 않아 몸을 물로 씻어야 한다. 인간은 굵고 거친 소리로 지나치게 자주 야옹거린다. 가끔 자면서 가르랑거리기도 한다.”

작가는 책에서 우리 인간에게 경고문을 날린다.

<생각해보면 결국 우리 인간도 서로를 믿는 만큼만 야생동물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집에서 나왔을 때 처음 마주친 사람을 믿지 못한다면 그에게 다가갈 때 위협하듯 소리를 질러야 할 테고, 상대가 수상한 기미라도 보이면 바로 목덜미를 공격할 수 있게 온몸의 근육에 힘을 줘야 할 것이다...길을 걸을 때도 행인이 날 해칠까 걱정하는 대신 일에 대해 생각하거나 제멋대로 몽상이 빠진다. 사람들이 날 잡아먹을지 몰라 줄곧 경계 태세를 취해야 한다면 끔찍할 것이다. 신뢰가 없는 상태는 야만의 제1단계이며, 불신은 정글의 법칙이다.>

지금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사고로 인해 길을 걸으면서 일에 대해 생각하거나 몽상에 빠질 수가 없다. 온 몸의 근육에 힘을 주고 주변을 살피면서 걸어야 할 상황이다. 지하철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치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불신을 부추기는 정치는 야만의 정치다. 사람을 믿지 않는 고양이는 사람을 인간이 아니라 야생동물로 본다. 마찬가지로 인간을 믿지 않는 인간 또한 상대를 야생동물로 보는 것이다. 상호신뢰는 인류 문명보다 오래된 체제이며 그로 인해 인류는 인류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신뢰상태를 깨트린다면 인류가 만든 세상은 야생동물의 세계가 되고 말리라.>

저자는 100여 년 전 체코의 프라하에서 개와 고양이를 키우면서 실제 체험한 내용을 썼다. <개와 고양이를 키웁니다>는 그가 타계한 후인 1939년(한글 번역본, 2020년)에 출간됐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과 비교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개와 고양이의 눈으로 본 인간 세계에 대한 평가가 정확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저자의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존재에 대한 푸념과 애정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인간이 반성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와 함께.

(*사진 출처: 야후재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