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헬레나(Saint Helena)는 남대서양에 떠 있는 영국령 화산섬이다. 지리적 위치는 남위 15도 56분, 서경 5도 42분. 아프리카 대륙에서 1840km 떨어진 외딴 섬으로 인구는 약 6,000명.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를 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는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세인트헬레나는 700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대서양 중앙 해령(海嶺)에 생긴 화산섬이다. 해발 820m의 다이애나산이 가장 높다. 섬 주위는 단애(斷崖)가 많지만 중앙부는 고원지대이나 완만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열대 해양성 기후이지만 벵겔라(Benguela) 해류와 무역풍의 영향으로 온화하다. 1-4월이 평균 21-28℃, 5-12월이 17-24℃. 강수량은 750-1000mm이다.

(세인트헬레나 섬)

세인트헬레나 섬은 1502년 5월 21일 포르투갈 항해사 ‘주앙 다 노바(Nova)’에 의해 발견됐다. 섬의 이름은 콘스탄티누스 1세의 어머니이자 기독교 성녀인 성 헬레나에서 따왔다.

이 무인도에서는 항해에 필요한 풍부한 목재와 신선한 물을 입수할 수 있었기 때문에 포르투갈인들은 섬에 생활물자와 과일·채소를 반입해 교회와 한두 채의 가옥을 지었다. 이들은 정착하지는 않았지만 섬은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선박의 보급기지나 약속장소로 이용됐다. 역사에 남을 최초의 정착민은 1513년 이 섬에 발을 내딛은 포르투갈인 페르난도 로페즈다.

섬은 이 해역을 항해하는 배들에 의해 종종 이용됐으나 어느 나라도 관리하지 않았다. 네덜란드는 1633년 이 섬의 영유권을 주장했지만 이들이 섬을 점거하거나 요새화한 증거는 남아 있지 않다. 1651년 네덜란드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주변에 식민을 시작할 무렵까지만 해도 섬은 거의 버려져 있었다.

나폴레옹과 세인트헬레나 섬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엘바(Elba)섬을 탈출 후 워털루(Waterloo) 전투에서 패하자 빈 회의에 의해서 그의 신병 처리는 영국이 맡게 됐다.

영국은 나폴레옹의 망명 수용을 거부하고 보호를 명목으로 이 절해의 외딴 섬에 격리시키기로 했다. 나폴레옹은 1815년 10월 세인트헬레나에 도착해 1821년 5월 사망할 때까지 섬의 중앙 롱우드 하우스에서 살았다. ‘유배형’이라고 하지만 재판이나 조약에 근거한 것은 아니었다.

나폴레옹의 유배 시절에도 이 섬은 동인도 회사령으로 남아 있었으나 영국 정부의 관여가 많았다. 나폴레옹의 경계를 위해 섬에는 군부대가 주둔했고 바다에서는 해군 함선들이 지켰다.

세인트헬레나는 섬 전체가 울퉁불퉁한 바위 표면으로 뒤덮여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땅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은 한정돼 있다. 생산자들은 얼마 되지 않는 농지에서 고품질을 추구하고,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커피의 생산을 목표로 커피 재배에 온힘을 다했다.

나폴레옹 때문에 평판이 높아진 커피

나폴레옹이 유배 중 섬의 커피를 찬양하자 파리에서도 세인트헬레나 산(産) 커피에 대한 평판이 높아졌다.

주요 경제활동은 어업 및 통조림 공업이며, 또한 섬에서 생산된 커피는 명품으로 자리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전 주민의 생활을 지탱할 수 없어 많은 노동자들이 섬 밖으로 빠져나갔다.

오래 전부터 여객기 이착륙이 가능한 공항 건설을 구상하던 중 우여곡절 끝에 2016년 세인트헬레나 공항이 완공됐다.

“남대서양에 떠 있는 작은 섬 세인트헬레나는 나폴레옹이 만년을 보낸 것으로 아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세인트헬레나 커피는 그런 절해의 외딴 섬에서 자란 역사와 낭만이 넘치는 품종입니다.”

세인트헬레나 커피를 취급하는 일본 교토의 스타벅스 종업원이 필자와 전화로 통화한 말이다. 그는 스타벅스 일본본사(도쿄 소재)에서 2021년 4월 처음으로 들여온 이후 그 희귀성 때문에 인기가 아주 높다고 했다.

(희귀한 세인트헬레나 커피 생두)

일반적으로 로스팅 전의 커피생두는 60~80kg의 큰 마대에 담겨 출하된다. 그러나 세인트헬레나 생두는 높은 품질과 적은 수확량 때문에 특제 20㎏의 작은 마대로 출하된다. 이 커피에는 언제나 ‘환상(幻想)’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스타벅스가 처음 원두 구매를 신청했을 때는 ‘스타벅스 같은 큰 규모의 회사에서 이렇게 적은 양의 원두를 취급할 수 있나요?’라고 생산자가 물었을 정도였다. 그래서 물량 때문에 일본 스타벅스의 전 매장에서 취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종업원의 말이다.

“스타벅스의 모든 매장에서 세인트헬레나 섬의 커피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스타벅스 리저브®로스터리’에서만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는 ‘개성이 풍부하고 희귀한 커피를 생산자들의 열정과 함께 공급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저희 카페에서는 취급하지 않지만 인도네시아의 루왁커피,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커피와 함께 세계 3대 희귀커피 품종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고가에 거래되고 있고요.”

영종도에서 카페 렌츠를 운영하고 있는 김근형 대표의 말이다.

커피는 힘이 나게하는 음료

“세인트헬레나에서의 가장 큰 즐거움은 이 커피다.”

1821년까지 약 6년을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보낸 나폴레옹은 제한된 생활 속에서도 커피가 유일한 즐거움이었다는 말을 남겼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군대에 처음으로 커피를 보급했다. 그는 왜 맛도 없고 색깔도 거무튀튀한 그 독특한 음료에 매료됐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영양분과 관계없이 왠지 힘이 나게 하는 음료였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이 남긴 커피 명언이다.

“내게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것은 진한 커피. 아주 진한 커피다. 커피는 내게 온기를 주고, 특이한 힘과 기쁨과 쾌락이 동반된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커피는 나폴레옹의 야망과 함께 프랑스 산업 전반을 비약적으로 성장시켰으며, 18세기 이후 유럽과 전 세계 경제를 송두리째 뒤바꿔놓은 산업혁명의 근간이 됐다.

커피는 이렇게 역사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음료인 것이다. 

(*참고자료 및 사진: 야후재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