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소나무는 약 100종으로 알려져 있다. 북반구의 각 지역에 서식한다. 침엽수로 바늘 모양의 잎과 ‘솔방울’이라고 불리는 열매가 맺히는 것이 특징이다.

소나무와 사람과의 관계도 깊어 다양하게 이용되거나, 문화와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아주 특별한 개념으로 인식돼 있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우리가 수시로 부르는 애국가의 일부다. 가사에 소나무에 대한 강인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이어령(1934-2022) 선생이 책임 편찬한 책 <소나무>를 열어봤다. 책은 다음과 같이 시작됐다.

<어쩌다 시골길을 지나다가 바위틈이나 벼랑위에 서 있는 한 그루 소나무를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구불구불한 줄기와 뒤틀린 나뭇가지에서 한국인의 모습을 본다. 세상에 풍상을 겪지 않고 자라는 나무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척박한 땅에서 풍상과 싸워온 그 아픈 흔적을 소나무만큼 생생하게 보여주는 나무도 없다.>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척박한 땅에서 온갖 풍상을 겪어온 소나무-책을 읽는 필자의 눈시울이 오히려 뜨거워졌다. 다시금 선생의 책속으로 들어가 봤다.

<반도의 운명 속에서 살아온 한국인과 척박한 풍토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소나무는 여러 가지로 닮은 점이 있다. 기암창송(奇巖蒼松)이나 백사청송(白砂靑松)이니 하는 말에서도 암시되어 있듯이 소나무는 벼랑위의 바위틈이나 바닷가 모래땅에서도 자란다.>

이어령 선생은 ‘소나무처럼 한국인은 바람 잘 날 없는 반도의 역경 속에서 살아온 모습이 아주 닮았다’는 것이다.

그림으로 탄생한 소나무

(세상과 함께하는 용의 소나무/ 120x50cm)

이러한 소나무를 그림으로 탄생시킨 화가가 있다. 홍성표 작가다. 28일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의 전시장에서 작가를 만났다.

1998년 대전시민회관에서 제1회 전시회를 연 이후 25회의 전시회였다. 작품이 특이했다. 홍 작가의 말이다.

“캔버스 위에 장지(고급 한지)와 아크릴 물감을 입혔습니다.”

그는 동양화를 30여년 동안 그렸다. 2년 전부터 변화를 시도했던 것이다.

소나무와의 인연도 ‘어언 15년 이다’라고 했다.

그가 무엇 때문에 이토록 소나무에 매달렸을까?

홍성표 작가의 말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나무가 올리브라면 우리에게는 소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나무는 건강과 장수의 상징이기하고요. 메마른 땅에서도 물 한 방울만 있으면 살아가는 강인한 나무니까요. 외로움과 고통 속에서 달빛과 별빛을 친구삼아 살아가는 용의 소나무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어령 선생의 글과 같은 맥락이었다. 20여 점의 그림 중에 5점의 연작도 의미가 있었다.

(폭포에서 춤을 추는 소나무/ 각 50x120cm)

“왼쪽부터 제주도 엄또폭포에서 춤을 주는 용의 소나무, 토왕성폭포를 바라보는 용의 소나무, 금오산 대혜폭포의 시원함을 즐기는 용의 소나무, 울릉도 봉래폭포를 바라보는 용의 소나무, 금강산 만폭팔담을 바라보는 용의 소나무입니다.”

실제 있는 폭포와 기암절벽에 작가가 상상의 소나무를 그렸다.

줄기만 남은 하얀 소나무의 그림도 특이했다. 죽은 나무와 살아있는 가지의 접목인 듯했다. 홍 작가의 말이다.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는 홍성표 작가)

“5천년 묵은 강털소나무가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화이트마운틴에서 살고 있어요. 해발 4,200미터의 산꼭대기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를 한국의 소나무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잎은 달빛에 빛나게 하는 의미에서 금분으로 그렸습니다.”

작가의 상상의 나래는 한국을 넘어 멀리 화이트마운틴으로 날아가 있었다.

실제로 화이트마운틴에서 자생하는 강털소나무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잘 적응해 5천년을 산다. 전문가들은 이 소나무의 나이테를 바탕으로 수 천 년 전의 기후변화도 알아 낼 수 있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홍성표 작가의 ‘소나무가 들려주는 세상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곧, 우리네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번의 전시회는 5월 2일까지 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