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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사라지는 화폐
2023년 03월 04일 (토) 13:21:26 박영 작가 renews@renews.co.kr
   
(박영 작가)

며칠전 할머니가 채소를 팔고 있는 노점에서 상추와 대파를 사려했다. 그런데 막상 지불하려니 돈이 없다. “할머니 죄송해요. 못 사겠네요. 현금이 없어요.” 했더니 할머니께서 판지 조각을 쑥 내민다. 판지에는 큰 글씨로 은행명과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할머니도 요즘 주부들이 현금을 잘 갖고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핸드폰의 앱으로 8000원을 이체시켜서 채소를 샀다.

가끔 있는 일이다. 외출할 때에 지갑에 돈이 들어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지 않은지가 오래 되었다. 크레디트 카드가 든 작은 지갑만 챙기면 되는 것이다. 카드만 있으면 물건도 살 수 있고 커피도 마시고, 지하철도 버스도 택시도 탈 수 있으니까. 꼭 돈이 없어도 다 된다.

이제 화폐의 기능은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현금 없는 사회”는 화폐가 획기적인 변신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오래전 문명과 사회를 가능하게 했던 건 돈이었다. 서기 1~2세기경 중국이 뽕나무 껍질로 만든 종이의 발명으로 화폐가 탄생했고 화폐는 실물의 가치에 기반하여 이루어지던 모든 것들의 거래를 대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서양에서 최초로 종이화폐를 발행한 나라는 스웨덴이라고 한다. 1661년 스톡홀름은행은 100달러짜리 지폐, 즉 최초의 은행화폐를 발행하게 된다. 물론 이 화폐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곳은 미국이다. 100달러 지폐에 밴자민 플랭클린의 초상이 새겨져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 돈을 융통하기 위해 금융이 발달했다. 금융계약(대출 등)을 기록하기 위해 쐐기문자가 발명되었고 경제적 가치를 계산하기 위해 수학이 출현했고 재산권의 분쟁을 해결하기위해 법률이 시행되었다. 금융의 발명으로 미래의 가치를 현재로, 현재의 가치를 미래로 옮길 수 있었다. 이렇게 금융의 견고한 기반위에서 문명이 발전했다. 금융은 문명을 낳은 것이다.

그런데 이 금융의 세계가 바뀌고 있다. 코로나펜데믹을 맞이하면서 짧은 시간에 변화가 일어났다. 돈, 즉 화폐가 사라지고 있다. 돈이 디지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손에 잡히지도 않는 가상통화(암호 화폐)가 생겨났다. 아예 물리적 실체도 없는 데이터 조각을 거래 수단으로 삼고 있는 암호 화폐의 기능은 금융서비스가 제공하는 몇가지 기능을 대체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유동성이라던가, 실시간 송금, 등이다. 아직 암호화폐가 현대 화폐시스템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하는데 그래서 현대의 정부들은 암호 화폐를 대체할만한 디지털 혁명(디지털화폐)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핀테크라는 산업이 등장했다. 전통적인 금융회사에 맞서 새롭게 등장한 금융기법인 핀테크는 21세기에 나타난 혁신적인 금융기술이다. 핀테크는 금융서비스를 IT기술과 접목한 새로운 방식이라고 한다. 핀테크 산업은 초기의 온라인금융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크라우드펀딩회사, p2p자금중개회사, 소액금융회사, 빅데이터기반금융서비스회사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핀테크는 금융서비스의 대중화가 목표라 한다. 고객들이 금융전문가의 도움없이 자금을 이체하고 창업자금을 조달하고 개인의 자금 사정을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니 이 시대의 가장 놀라운 금융혁명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안인증, 자산관리. 송금, 결제, 클라우드펀딩(p2p금융) 환전, 금융투자, 기타 등등의 핀테크 산업 분야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의 매개체로 현금, 즉 화폐나 코인을 주고 받을 때, 바이러스의 감염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핀테크 금융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체 이게 다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나도 현대를 사는 사람이다. 우리 의 조부모나 부모들처럼 지폐를 꽁꽁 싸매서 장롱 속에 숨겨두거나 돈만 생기면 은행으로 달려가거나 그런 세대는 아니지만 가상화폐니 핀테크 산업이니 하는 것 등이 너무 생소하다해서, 낯설다 해서, “나는 몰라” 하고 살수도 없게 되었다. 이런 모든 것들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살아 있는 한 경제활동은 계속되니 말이다.

현금은 조금씩 디지털화 되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금융의 과거와 미래가 화폐의 과거와 미래라고 생각해보면 오늘날 금융의 혁명은 화폐를 사라지게 한다. 이제 돈을 만져보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박영(朴怜)은 TV 및 라디오 드라마 작가다. 대표작으로 MBC TV 드라마 ‘사랑의 계절’, 시추에이션드라마 ‘알뜰가족’, KBS 라디오 ‘대공수사실록’ 등이 있다. 장편소설도 출간했다. ‘정오의 탈선’ ‘김마리라는 부인’(영화화 됨), ‘내일은 천국이고 싶다 ’ ‘러브어게인’ ‘동경에서 서울까지’ ‘해피 투게더’ 등이다. 그 외 신문, 잡지 등의 매체 기고가로 활동했다. 해외에서 이브 몽땅(배우, 가수). 도이 다카코(일본 사회당 당수). 루이제 린저(독일 작가). 등을 인터뷰했고, 국내에서는 정·재계 및 예술인들을 다수 인터뷰했다. 편집자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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