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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트롯 경연대회
2023년 02월 17일 (금) 13:24:44 박영 작가 renews@renews.co.kr
   
(박영 작가)

요즘 두 곳의 TV방송국에서 트롯경연대회를 펼치고 있다. 미스터트롯을 뽑는 오디션이라 할 수 있겠다. 시청률이 몹시 높은 방송이라 한다. 올해가 처음인 경연은 아니다. 코로나로 모두 발이 묶여 집에 있을 때 시작된 이 트롯경연대회는 시청률이 형편없던 근자의 기록을 다 갱신한 뿐만 아니라, 젊은,층의 프로그램을 주로 방송하던 TV방송국에서 중장년층의 시청자들을 TV앞에 모았다.

그렇게 해서 임영웅이라던가 여러 명의 트롯가수 스타를 만들어 냈다. 임영웅이라는 가수의 팬클럽에는 회원이 20만이나 된다고 한다. 웬만한 소도시의 인구이다. 이렇게 전 국민의 관심을 모으면서 한국은 트롯열풍에 휩싸였다.

출전자들 중에는 몇 년씩 무명으로 활동하던 직업가수도 있고, 처음 방송에 출연한다는 완전 신인인 출전자도 있다. 전국에서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은 다 출전하지 않나 싶을 정도인데 노래 좀 하는 게 아니라, 모두 다 엄청나게 노래를 잘 하는 사람들이고 끼도 흥도 많다. 태권도나 발레등의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있다.

나는 이 방송을 보면서 매번 감동한다. 출전자들이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감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경연에 임하는 여러 모습들을 보면서 감탄도 하고 감동도 한다. 몇 번이나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나 절실해 보여서, 그 총력을 다 하는 모습이, 그 열정과 욕망이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져서 감동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관심거리는 출전자들 개개인이 가진 사연이 소개된다는 것이다. 그 사연이 나름대로 감동적인 내용들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이 경연대회에서 우승하거나 등수에 드는 사람들은 노래만 잘 불러서 뽑히지도 않는다. 거의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하지만 객석의 관중이나 안방 시청자들의 투표가 점수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방송국에서 계속 강조하고 있듯이 국민들이 뽑는 가수인 셈이다. 노래도 잘 하고 국민들에게 인기가 있어야 승리하는 것이다.

투표자 대부분이 중장년의 여성들이다. 그들은 때로 어머니의 마음으로, 이모의 마음으로, 이웃집 아들을 보는 마음으로 이 출전자들을 응원한다.

그러니까 노래만 잘 해서는, 아니 노래는 모두가 잘 한다. 노래를 잘 부르니까 경연대회에 나왔을테니까. 물론 그 중에는 음색이나 목소리가 특별히 매력적이고 기술이 뛰어나거나 무대 메너가 멋진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꼭 우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부분이다. 노래실력만큼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외모나 그들이 지닌 사연이 감동적이어야 한다. 미남이거나 착해 보이거나 태도가 공손하거나 효자이미지에 선행자의 이미지 여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들이 투표자들의 호불호를 좌우한다. 엄격한 심사 기준과는 별도인 것이다. 한국인의 정서를 보여주는 면들이다. 이런 점들이 이 경연대회의 특징이다.

출전자들의 사연 중에 제일 많은 소재가 할머니에 관계된 이야기였다.

한국인들은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매우 소중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사연도 있었는데 그 홀어머니는 부재한 아버지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하므로 결국 아이의 양육은 할머니가 담당하게 된다. 할머니 손을 잡고 경로당에 드나들면서 노인들이 부르는 트롯 노래를 많이 들은 경험으로 자연스레 트롯을 잘 부르는 아이가 되었다거나 할머니가 tv에 나오는 손자 모습을 보는 것이 소원이어서 꼭 등수 안에 들고 싶다거나, 하는 사연들이 많다. 그랬는데 그만 세상을 떠나버리셔서, 라는 눈물겨운 이야기에 안방시청자들은 감동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무슨 노래 경연대회에 인성이나 외모, 사연들이 점수를 매기나? 싶기도 한데 가수도 인기직업이니 대중에게 호감을 사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노래는 뛰어나게 잘 하는데 잘 생기지 못했거나 특별한 사연이 없거나 한 사람들은 조금 억울할까? 그렇지 않을까싶기도 하다.

이런 트롯경연대회를 시청하면서 노래를 듣는 재미도 있지만, 그들의 절실함과 투지를 응원하면서 “나의 원픽”을 지지하는 열의를 즐길 수 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점수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아슬아슬한 드라마를 보는 재미 또한 적지 않다. 그리고 스타탄생의 해피엔딩은 요즘같은 세월에 팍팍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에 충분하다.

하여서, 이 트롯경연 프로그램은 당분간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 같다.  

[박영(朴怜)은 TV 및 라디오 드라마 작가다. 대표작으로 MBC TV 드라마 ‘사랑의 계절’, 시추에이션드라마 ‘알뜰가족’, KBS 라디오 ‘대공수사실록’ 등이 있다. 장편소설도 출간했다. ‘정오의 탈선’ ‘김마리라는 부인’(영화화 됨), ‘내일은 천국이고 싶다 ’ ‘러브어게인’ ‘동경에서 서울까지’ ‘해피 투게더’ 등이다. 그 외 신문, 잡지 등의 매체 기고가로 활동했다. 해외에서 이브 몽땅(배우, 가수). 도이 다카코(일본 사회당 당수). 루이제 린저(독일 작가). 등을 인터뷰했고, 국내에서는 정·재계 및 예술인들을 다수 인터뷰했다. 편집자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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