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내리듯 조용히 눈이 내리고 있을 때, 창가에 앉은 그 여행객은 오랜 세월 그가 열렬히 찾아 헤맨 순수함의 기억 속에서 정화되었고, 이 세상이 집처럼 편하게 느껴지리라는 것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믿게 되었다. 잠시 후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는 의자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눈은 항상 도시의 더러움, 진흙, 어둠을 덮어 잊힌 순수한 감정을 그에게 일깨워줬었다.>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튀르키예의 오르한 파묵(Orhan Pamuk·70)의 장편소설 <눈, Snow>(이난아 옮김)의 한 대목이다.

(오르한 파묵)

때때로 폭설로 인해 생활의 불편을 겪기는 해도 눈(雪)은 순수함의 상징으로 일컬어진다. 반전이다. 오르한 파묵은 <이스탄불, 도시 그리고 추억>에서 ‘눈이 아닌 어둠이 도시의 빈곤을 덮어버린다’고 했다.

<추운 겨울 저녁 한적한 변두리 마을에, 희미한 가로등 밑에 시(詩)처럼 내려 않은 어둠을, 우리가 외국인과 서양인의 시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부끄러워 감추고 싶었던 도시의 빈곤을 덮었기 때문에 좋아했다.>

‘소설 쓰고 있네?’

우리가 정치권을 통해서 자주 듣는 말이다. 하지만, 소설은 아무렇게나 쓰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인 공감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소설 주인공들의 개성이나 캐릭터가 아니라, 소설 속의 세계가 그들 눈에 어떻게 보이냐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 도덕적 판단을 내리려면, 우선 세계가 그 사람의 관점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오르한 파묵이 미국의 하버드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이다. 참으로 의미 있는 말이다.

아무튼, 요즈음처럼 눈이 내리는 날 창밖을 내다보면서 마시는 커피 한 잔-커피는 이제 누구에게나 친숙한 일상의 음료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작가들은 어떠했을까.

윌리엄 H. 우커스의 <All About Coffee>(박보경 譯)를 통해 알아본다.

<플로렌스 L. 바클레이(Florence L. Barclay, 1862-1921)는 소설 <로자리오>에서 스코틀랜드 여인의 입을 빌려 커피 제조법을 설명한다.>

“주전자를 이용하세요. 무엇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합니다. 뭐니뭐니 해도 신선함이 생명이죠. 갓 볶아 갓 빻은 원두와 갓 끓인 물...커피 제조의 비법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신선함입니다. 그리고 커피 가루를 아끼지 마세요.”

작품 속에서 커피를 끓이는 장면이 현장감 넘친다. 커피의 신선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유명 작가 중에서 커피를 좋아한 사람을 꼽는다면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다.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도 커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소설 속의 모습이다.

“커피 드시겠어요?” 소년이 물었다.

“이것들 배에 먼저 갖다놓고, 그러고 마시자꾸나.”

노인은 커피를 천천히 마셨다. 이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을 테니 커피를 마셔두어야 했다.

“행운을 빌어요. 할아버지.”

“그래. 너도.”

소설 속 주인공들의 커피 끓이기 대결

헤밍웨이의 단편소설 <두 심장을 지닌 큰 강>에서는 주인공 ‘닉’과 ‘홉킨스’의 커피 끓이기 대결 장면이 나온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본다.

<‘닉’은 소나무에 대못을 하나 더 박았고, 물이 가득한 물통을 그곳에 걸어 놓았다. 커피 주전자에 물을 반쯤 채웠고, 석쇠 밑에 나무를 몇 조각 더 집어넣은 뒤에 주전자를 올려 놓았다...‘닉’은 자신이 커피를 타던 방식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홉킨스’와 논쟁을 벌였던 일은기억 났지만...그가 지켜보는 사이에 커피가 끓었다. 뚜껑이 들썩거렸고, 커피가 주전자 옆면을 타고 땅으로 흘러내렸다. ‘닉’은 석쇠에서 커피를 내렸다...‘닉’은 커피를 마셨다. ‘홉킨스’ 식으로 말이다. 커피에서 쓴 맛이 났다.>

작가가 상상력으로 글을 쓸 수 있지만,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는 생동감이 떨어진다.

‘소설 쓰고 있네?’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소설은 곧 우리들 삶의 이야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