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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덕택입니다’
이희건(李熙健) 신한은행 창업주의 회고록 나와
2022년 08월 03일 (수) 15:00:01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나는 자화자찬(自畵自讚)을 민망스럽게 여긴다. 내가하는 일은 성과로서 평가받으면 그만이지 과대포장하여 과시용으로 쓰이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신한은행 창업주이자 재일교포 사회의 거목 이희건(李熙健, 1917-2011) 명예회장의 회고록 <여러분 덕택입니다>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의 성품이 그대로 나타나는 대목이다.

‘여러분 덕택입니다’에 인생철학 담겨 있어

   
(연설 중인 故 이희건 명예 회장/ 사진: 야후재팬)

故 이희건 명예회장은 공식석상에서도 원고 없이 즉흥연설을 하는 열정적 연설가였고, 집안에서는 손주들에게 현대역사 이야기 들려주기를 즐기는 자상한 할아버지였다. 자신이 경험한 수많은 일화들을 눈앞에서 펼쳐지는 일처럼 생생하게 그려 보여 주면서, 평생 동안 자신이 이룬 성취뿐만 아니라 ‘간사이흥은 파산’이라는 쓰라린 실패의 경험도 가감 없이 회고했다.

또 함께 일한 재일교포들이나 임직원들의 헌신도 상세하게 기록했다. 회고록의 제목 ‘여러분 덕택입니다’는 단순한 겸손의 표현이 아니라, 뜻을 같이한 이들에게 늘 공을 돌리는 감사인사였다. 특히, 오사카 쓰루하시(鶴橋) 암시장의 청년 시절부터 좌우명으로 여긴 인생철학이었다.

최근에 출간된 이 책은 생전에 남긴 구술과 언론 인터뷰, 관련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엮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생애를 자세하게 썼다.

평범한 재일교포 청년에서 동포 사회의 거목으로 성장해

이희건 명예회장은 1917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났다. 15세에 현해탄(玄海灘)을 건너 일본 오사카(大阪)에 정착했다. 회고록은 평범한 청년이 재일교포 사회를 대표하는 사업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기록했다. 일본 사회의 최하층으로 일하던 재일교포 청년 이희건은 1947년 오사카 ‘쓰루하시(鶴橋)’ 시장에서 자전거 튜브, 오토바이 타이어 가게를 열어 사업가로서 데뷔한다. 쓰루하시 암(暗)시장에서 상인들을 규합해 시장번영회를 만들면서 평범한 청년은 오사카의 유명 인사로 거듭났다.

시장번영회 대표로서 상인들의 애로를 해결해 주다가 재일교포 사업가들에게 은행에서 문전박대 당하는 것은 물론, 고리 사채 얻기도 어렵다는 고충을 접하고 금융인으로 전직을 결심한다. 1955년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금융기관’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오사카흥은’ 신용조합을 설립해 업계 1위로 성장시킨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그가 고집스럽게 지킨 ‘대중을 위한 금융’이라는 독특한 경영철학을 회고록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일반 대중 위한 금융이 조국 위한 새로운 은행으로 발전해

   
(신한은행 본점)

1982년 일본 전역 재일교포 주주 341명과 뜻을 모아 한국 최초의 민간 시중은행인 신한은행을 설립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금융을 통해 조국 경제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금융보국(金融報國)의 신념을 공유했던 주주들은 대를 이어 신한은행 주식을 상속했고, 창립 이후 지금까지 보유 주식을 단 한 주도 팔지 않은 주주도 있다.

신한은행은 철저한 고객중심주의로 관치의 보호막 아래 경쟁 없이 안주하던 한국금융계에 혁신의 돌풍을 일으켰다. 영업점 3개로 시작한 미니뱅크는 2006년 조흥은행과 정식합병하며 한국의 리딩뱅크가 되었다.

故 이희건 명예회장은 금융업뿐만 아니라 조국과 동포를 위한 공공사업에도 앞장섰다. 그의 존재는 일본에서 차별받던 재일교포들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됐고, ‘가난한 후진국이었던 조국에게는 경제발전에 성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다.

한국 정부 수립 전인 1948년 6월,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이 일본에 들렀을 때, 그는 재일교포들과 대대적인 모금 운동을 펼쳐서 올림픽 참가 경비, 유니폼 등을 선수단에 전달했다. 정부가 없던 시절, 조국과 동포를 위해 나라가 할 일을 대신한 것이다.

   
(책의 표지/ 사진: 나남 제공)

88 서울올림픽 때는 재일한국인 후원회 회장으로 성금 100억 엔을 모금해 여러 올림픽경기장을 건설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1995년 일본 한신ㆍ아와지대지진 피해 현장에서는 삶터를 잃은 재일교포와 일본인 이재민들에게 구호물자를 나눠 주고 긴급생활자금을 무담보로 대출해 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한일 양국의 발전된 미래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2008년 신한은행 보유 주식과 예금을 출연해 공익재단 ‘이희건 한일교류재단’을 설립하고 양국 교류증진 사업을 전개했다.

이 책은 이희건 명예회장의 인생을 기록한 개인의 회고록인 동시에 일본 땅에서 차별대우를 받으면서도 조국을 위한 일에 발 벗고 나섰던 많은 재일교포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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