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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는 국경이 없어
2019년 05월 11일 (토) 13:03:50 장상인 renews@renews.co.kr
“이곳을 지날 때마다 가슴 아픈 추억이 있습니다. 꿈 많던 20대의 일입니다.”
일본인 ‘이와타 고하치(岩田耕八·75)’씨가 명동입구에 있던 구(舊) 코스모스백화점 앞을 지나면서 한 말이다. 

그는 일본의 명문 주오대(中央大)를 졸업하고 도요타자동차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마지막 직함은 후쿠오카 하얏트 레지덴셜(Hyatt Residential) 호텔 회장. 20여 년 동안 동남아 지역 책임자를 지낸 관계로 지금도 말레이시아, 타일랜드, 싱가포르 등을 자주 왕래하고 있다. 

필자와는 20여 년 전 타일랜드 방콕의 도심에서 추진되던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 인연이 맺어졌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이와타 고하치씨 

코스모스 백화점 캘린더 모델과 결혼할 뻔

‘코스모스 백화점과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필자는 명동 입구의 커피숍에서 이와타(岩田)씨에게 질문공세를 펼쳤다. 그는 숨김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저는 대학 졸업 후 도요타자동차에 입사했습니다. 1968년 말레이시아(Malaysia) 쿠알라룸푸르 지점에 발령받았죠...그 당시 주(駐) 말레이시아 한국 대사의 소개로 한국 아가씨를 만나게 됐습니다.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에 날아왔습니다.”

이와타(岩田)씨는 커피 한잔을 마시고서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아가씨는 한국의 유명 여자대학에서 메이퀸(May Queen)을 했고, 지금은 없어졌으나 당시 코스모스 백화점 캘린더의 모델을 하고 있었습니다.”

메이퀸을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한 이와타(岩田)씨는 결혼까지 결심했다. 내친김에 그녀의 부모님으로부터 결혼 승낙을 받으려고 대전까지 갔다. 그런데...

 “내 귀한 딸을 일본인에게 줄 수 없다.”

그녀 아버지의 말은 간단명료하면서도 단호(斷乎)했다.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보기 좋게 거절당했습니다. 아가씨 부친의 짤막한 한마디를 뒤로하고 서울로 줄행랑을 쳤습니다. 제가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했으나 억양이나 표정으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부모님을 설득해보겠다’고 한 말을 가슴에 묻고 말레이시아로 돌아갔습니다.”

말레이시아에 돌아간 이와타씨는 편지로 서로의 애틋한 마음을 주고받았으나, ‘부모님의 뜻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는 편지를 끝으로 그녀와의 인연을 세월에 묻고 말았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의 일이다.

“어둡고 긴 터널에서 한동안 헤어나지 못했었습니다. 참담하기도 했고요.”

그는 이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재일교포를 며느리로 맞아

 

이와타 고하치씨 결혼식 장에서 장남과 재일교포 며느리

가슴 속에 묻어둔 한국 여성과의 ‘아픈 사랑’ 때문이었을까. 이와타(岩田)씨는 자신의 아들을 서울에 보내 한국어를 배우게 했다. 그리 오래지 않은 세월이 흐른 후 아리따운 재일교포 아가씨를 며느리로 맞게 됐다. 일본에서 결코 흔치 않은 일이다.

2007년 10월 필자는 이와타(岩田)씨 장남의 결혼식에 갔다. 결혼식의 마지막부분에서 신부가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읽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천국에 계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딸, 미네코의 결혼식을 천국에서 보고 계시겠죠? 아버지가 안 계신 미네코의 삶은 슬픔의 연속...”

신부는 이 대목에서 왈칵 울음을 쏟아냈고, 식장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났다. 신부의 가족은 물론 신랑의 가족, 하객 모두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낙천적인 성격의 이와타 고하치(岩田耕八)씨의 눈에도 이슬이 맺혔다.  ‘신부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일찍이 하늘나라로 떠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눈물일까? 일본 땅에서 살아가는 재일교포의 서러움일까? 그녀의 눈물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서로의 신뢰 관계로 국경(國境)을 허물 수 있어

이와타 고하치(岩田耕八)씨는 영어는 물론 말레이어(語)나 타일랜드어(語)에 능통하다. 말 그대로 동남아시아 통이다. 필자가 동남아시아에 가면 통역관(?)으로 나서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비즈니스가 끝나면 인간관계가 지속되기 어려운 것이 보편적인 오늘의 현실이다. 서로의 이해관계를 따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와 이와타(岩田)씨는 이해관계를 넘어 인간적인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일주일에 서너 차례씩 휴대폰으로 통화하면서.

이런 가운데 서로 Win-Win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요즈음 한일간의 관계가 무척 어렵다. 하지만, 국적이 다르더라도 서로 신뢰하는 마음이 바탕이 된다면 국경(國境)은 의미 없는 줄긋기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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