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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主禮)의 무한 책임?
2018년 12월 14일 (금) 15:30:00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주례는 일본에서 오신 와타나베 아키라 선생님이 맡아주시겠습니다.”

2013년 12월 15일 오후 5시30분. 서울 양재역 부근의 엘타워에서 이색 결혼식이 열렸다. 사회자의 안내 멘트가 나오자 식장 안의 하객 석에서는 “와~” 하는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웬 일본인 주례?”

소개 직후 일본인 주례 와타나베 아키라(渡邊章·당시 66)씨가 단상에 올랐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필자의 부탁을 받고, 장남 결혼식에 주례를 서기 위해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비행기를 타고 대한해협을 건너왔다.

   
와타나베 주례(당시)와 신랑, 신부

불행 중 다행이런가. 와타나베(渡邊) 주례는 비교적 정확한 발성으로 “신랑 신부 맞절”의 구령을 한국어로 소화했고, 신랑·신부에게 결혼 다짐을 받을 때도 한국어로 또박또박 읽어 나갔다.

여느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예!” 하는 신랑의 우렁찬 대답이 뒤따랐고, 이어서 신부에게 같은 구절을 읽어준 후 “맹세합니까?” 하고 묻자 모기소리만 한 “예!” 소리가 나왔다.

당시 주간조선 박영철(현, 시사저널 편집장)차장이 2287호에 게재한 기사를 토대로 필자가 약간 수정한 글이다.

필자가 와타나베 씨를 장남(장은석)의 주례로 모신 이유는 그가 구십(90) 노모를 모시고 살고, 아들 며느리와 함께 4대가 살고 있는 가족이기 때문이었다. 와타나베 씨는 우리가 잃어버린 대가족의 모습을 잘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기사 속으로

와타나베 씨의 주례사는 이런 그의 삶이 잘 녹아들어 있어 하객들 사이에서 반향이 컸다. 그중 ‘무부인’ 이야기는 ‘참신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는 신부에게 ‘부탁이 하나 있다’면서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일본에서 흔히 통용되는 말로 ‘신부는 무부인(大根女房)이 돼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 다리가 아니라, 무부인입니다(웃음).

‘왜 무부인이 되기를 부탁하는 걸까.’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무는 여러 가지 맛이 잘 스며들고, ‘주위의 맛을 자기 자신 속에 축적하는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 자체의 씹는 맛이나 풍미 등이 오래도록 남기도 합니다.”

“이러한 무처럼, 신부는 신랑 ‘가정의 가풍’에 조금이라도 빨리 익숙해져서, 그 가풍을 자신의 안에 들여 주세요. 즉, ‘하루라도 빨리 신랑의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신랑의 부모님을 소중히 하십시오.”

보통 자신의 결혼식에서 주례가 했던 말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랑 신부 자신이 긴장한 탓도 있고, 주례사의 내용이 대부분 그렇고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의 신랑 신부는 일본인의 주례사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5년 만에 다시 서울에 온 주례

와타나베 씨가 자신의 선배인 오쓰보 시게타카(大坪重隆·78) 씨와 함께 서울에 왔다.

필자의  손주가 ‘언제 태어날까?’ 노심초사 하다가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현해탄을 건너왔다. 주례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서울에서 작은 문제가 생겼다. 두 사람은 비슷한 이름의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하다가 거절 당했단다. 을지로 입구에 있는 호텔이 아니라, 충무로에 있는 호텔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따라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두 사람은 우산도 없이 1시간 30분 동안 혹독한(?) 체험을 했다. 무거운 가방을 끌고서 비내리는 명동거리를 헤맸던 것이다. 길가는 사람에게 물어도 모두 방향이 달랐다. 중국 여행객에게 서툴은 한국말로 묻고, 한국 사람에게 일본말로 물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와타나베 씨(좌)와 오쓰보 씨(우)

필자가 오후에 문제의 호텔로 갔다. 그들은 그날의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저녁 시간 셋이서 명동을 돌면서 밤늦도록 한국 음식을 즐겼다. 

     
 

다음 날 필자의 장남 부부가 아이를 안고서 남대문 근처에 있는 어느 지하 식당으로 왔다. 와타나베 씨는 배시시 웃었고, 나이가 많은 오쓰보(大坪) 씨는 ‘울컥’ 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무엇이 그들에게 진한 감정을 안겼을까.’

그들은 인생의 끝자락이고, 아이는 인생의 시작이기 때문이었을 듯싶다. 그들의 속마음까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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