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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 달군 ‘최순실 게이트’
- 아사히 신문 11월 13일자 보도를 중심으로
2016년 11월 18일 (금) 09:40:16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11월 13일 도쿄(東京). 비가 뿌리고 찬바람이 불던 전날과는 다르게 하늘은 맑고 푸르렀으며 도심은 평온했다. 그러나, 조간신문(朝日新聞)을 펼치자 세계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당연히 트럼프(Trump)의 대통령 당선과 더불어 향후 미국 정치의 향방에 대한 기사가 1면 톱기사였다. 그리고...

   
아사히 신문 1면 기사(1)

‘한국, 커지는 분노’

아시히신문은 12일 서울 시청 광장과 광화문 일대에 운집한 군중들의 사진을 1면 중앙에 실었다. 제목은 ‘한국, 커지는 분노’- 사진을 중심으로 한 기사를 옮겨본다.

   
아사히 신문 1면 기사(2)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지원자(支援者)인 최순실 용의자에게 기밀문서를 건넸던 문제 등을 둘러싸고, 박(朴)씨의 사임을 촉구하는 대규모집회가 12일 서울에서 열렸다. 오후 7시 반 현재 경찰 추계(推計)는 26만 명, 주최자 측 추계는 100만 명 참가. 중심부의 도로와 광장은 인파로 가득 찼다. 한국에서의 항의 집회로서는 2000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토 슌이치(伊藤俊一)씨

짧은 기사였으나 정확했다. 사실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이다. 일본의 언론인 이토 슌이치(伊藤俊一·63)씨가 신문을 읽고서 코멘트 했다.
 
“서울의 대통령 퇴진 시위가 대단했군요. 몇 년 전 제가 서울을 방문했을 때 세월호 사고가 터졌었죠? 그런데도, 아직도 위기관리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군요...‘참고 견디던 민중(民衆)은 어떤 계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폭발한다’는 점에서 강 건너 불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의 표현은 정확했다. 민중의 불만은 언제든지 폭발한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도 마찬가지다’는 암시였다.
 
‘퇴진을’ 분노하는 한국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상세 기사

3면 톱은 비교적 정확하게 실었다. 제목은 ‘<퇴진을>분노하는 한국민’이었고, 소제목은 ‘대통령 의혹 야당 탄핵은 신중’이었다.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기사였다. 이 기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에 관한 의혹에 대한 내용과 집회 참가자들의 답변(8명)까지 도식화해서 실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최순실 용의자의 딸이 이화여자 대학에 부정입학했다니...(고1, 16세).”
 
“실제로 이 실력자(?)가 대통령을 조정할 수 있었을까요?(회사원, 31세).”
 
“최 용의자는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대통령을 뒤에서 움직였습니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했으나, 일방적인 말만했습니다(무직 여성, 27세).”
 
3면에 이어서 7면 기사로 들어가 본다.
 
‘박(朴)씨는 사임을’ 아성(牙城)에서도 역풍(逆風)

   
대구 현장 취재기사

<국민의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 박근혜 대통령의 아성(牙城)이라고 불리는 대구에서도 역풍을 받는다. 지금 사임을 요구하는 노래가 흐르고, 사람들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하야, 하야, 하야♪’
 
대구 번화가 광장의 10일 오후 6시 반, 대용량의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 나왔다.
 
“박근혜는 바로 하야(下野)하라.”
 
노래는 작곡가 윤민석씨가 만든 ‘이것도 나라냐?’ 였다.>
 
기사는 여고생의 비판은 물론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에서 만난 60대 여성의 답변으로 마무리했다.
 
“지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기사를 읽고나서 필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야라는 노래가 있었던가.’
 
필자는 스마트폰에서 찾은 가사를 읽고서 숨을 멈추고 말았다. 노랫말치고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이다.
 
“이게 나라냐/ 이게 나라냐/.../ 서민은 지옥 /이제 더는 참을 수 없다/.../우주의 기운, 무당의 주술...”
 
필자는 아사히신문의 서울특파원 ‘히가시오카 도오루(東岡徹·42)’씨와 통화했다. 서울과 대구를 오가면서 취재한 기자의 열정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한국에 부임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이 기사를 쓴 소감이 어떻습니까?”
 
“제가 한국에 온지 2년 반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집회는 과거와 달리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서 놀랐습니다. 일본에서 느낄 수 없는 민중(民衆)의 파워(power)를 실감했습니다.”
 
‘대통령의 말로(末路)’ 꼬집은 주간지

때를 같이 해서 발행부수 68만부를 상회하는 일본의 유명 잡지 슈칸분슌(週刊文春)도 11월 17일자에 ‘한국 대통령의 비참한 말로(末路) 워스트(Worst) 5’와 ‘박근혜 대통령의 말로’를 특집으로 실었다.

   
'한국 대통령 말로 워스트 5' 기사
   
'박근혜 대통령의 말로' 기사

 우리도 모자라 타국의 언론이 지적한 '대통령의 말로'라는 기사가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임기를 마치더라도 거리를 활보하면서 서민들의 환호를 받는 대통령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시청 앞과 광화문 일대에서 발산하는 민중들의 에너지를 각기 자기 몫으로 착각하는 야당도 반성해야 한다. 민중은 고정된 틀이 아니라 정의를 좇아서 파동(波動)하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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