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개포3단지(디에이치 아너힐즈)'의 분양보증을 승인하지 않기로 하면서 건설업계는 정부가 다시 분양가 규제에 나섰다고 반발했다. 기형적인 방식의 분양가 규제는 청약경쟁률·전매거래 과열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HUG는 최근 심사위원회를 열고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 주택재건축사업의 분양보증 발급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개포3단지 재건축사업의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3.3㎡당 분양가 4310만원에 분양보증 승인을 신청했다. HUG는 해당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높고, 다른 사업장으로 확산될 경우 보증리스크가 커질수 있다고 판단했다.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분양가는 6월 기준 강남구 3.3㎡당 평균 분양가격 3804만원보다 13% 높다. 3개월 전 분양한 인근 개포2단지 3.3㎡당 분양가(3762만원)와 비교하면 14%가량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HUG의 결정을 사실상 분양가 규제로 보고 있다. 분양보증은 건설회사 파산 등으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됐을 때 건축물 분양이나 분양대금 환급을 보증하는 보험이다. 현행법상 20가구 이상의 분양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분양보증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데, 분양보증 발급 기관은 HUG가 유일하다.

일각에선 보증업무를 독점해 담당하는 HUG가 분양가를 문제삼아 분양보증을 해주지 않은 것은 월권이라고 불만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시공능력평가액 2위인 현대건설이 강남 한복판에서 분양사업을 하는데, 일종의 파산용 보험인 분양보증을 내주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국토부 등 정부의 정책적 판단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다만 직전 3개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10% 이상 △월평균 아파트 거래량 증가율 전년 동기대비 200% 이상 △평균 청약경쟁률 20대1 초과 등인 지역을 예외로 설정했다.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이같은 예외조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문제는 HUG의 조치가 청약경쟁률 과열이나 전매거래 과열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이달 8일 모델하우스를 오픈했다. 수요자들이 이미 4300만원 안팎으로 예상 평균분양가격을 설정해 놓은 상태다. 분양가격이 인하될 경우 웃돈을 노린 가수요자들이 붙으며 청약경쟁률이 과도하게 치솟을 수 있다. 강남 K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분양가 인하는 그만큼의 '확정 프리미엄'을 보장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새 분양가와 기존 분양가의 차액만큼의 웃돈을 노린 단기투자자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매거래 과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강남 재건축은 수도권 민간택지로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다. 단기투자자들이 청약에 당첨된 뒤 이를 실수요자들에게 넘길 경우, 조합원 등 사업자의 이익을 투기 세력에게 넘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의도는 분양보증 심사를 통해 고분양가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것이겠지만, 무리하게 분양가 인하를 진행할 경우 오히려 청약경쟁률 과열이나 전매 과열양상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며 "분양시장 과열이 문제라면 청약제도 개선 등 가수요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HUG의 분양보증 불승인 결정으로 개포3단지 일반분양 일정은 대폭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미 분양 비수기에 진입한 만큼 휴가철 이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며 "조합과 시공사가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분양가격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