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18호의 영향으로 비 내리는 10일 도쿄의 저녁 무렵. 우리의 청량리쯤 되는 아카바네(赤羽)역 앞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Smoking Area를 찾는 것일까?'. 필자는 두리번두리번하면서 옹기종기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갔다. 이어서 확성기는 '곧 집회가 시작된다'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간헐적으로 비가 내리던 터라 사람들이 관심이 없을 듯했으나 집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보였다.

'평화헌법을 수호하자'는 집회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는 일본의 건설 장인들ㅡ

이 날의 집회는 아베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안보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하는 모임이었다. 이들은 다름 아닌 건설 목공·미장이 등 건설장인(匠人)들- 건설 장인들의 조합이 한데 뭉쳐서 "해석 개헌에 따른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이 위헌"이라며 안보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 것이다.

"빛나게 하라! 헌법 9조."

"절대로 안 된다."

"전쟁하는 나라를 만들지 말라."

"아베 총리 그만두라!"

"전쟁을 시키지 말라!

필자는 평소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인 일본인들이 상당히 공격적인 구호와 행동으로 강도를 높이는 현장을 보고 놀랐다. 헌법 9조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거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이러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치 않는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의 헌법 9조는 1946년 11월에 공포되어 국제 평화를 성실히 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베총리와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국민 반대 여론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고 있어서 국민들이 나선 것이다.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은 9월 16일자 사설에서 "국회는 국민의 목소리를 청취하라"는 제목으로 이색적인 2명의 야당 추천인사를 소개했다. 한 명은 '헌법의 지키는 사람'이라고도 불리는 최고재판소의 전 판사 하마다 쿠니오(浜田邦夫)씨. 또 한 명은 국회 주변에서 반대 데모를 계속하는 학생 단체 'SEALDs멤버의 '오쿠다 아키(奥田愛基)씨. 사설 중에서 이 들의 발언 내용을 발췌해본다.

<하마다씨는 법안을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매우 위기감이 있다. 본래는 헌법 9조의 개정 수속을 줄어야 할 것을 내각의 각의 결정으로 갑자기 바꾸는 것은 법해석의 안정성으로 문제가 있다'. 오쿠다씨는 '헌법과는 국민의 권리. 그것을 무시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무엇을 위해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가 필요한가. 정권의 설명의 근저가 휘청거리고 있다.>

일본 국회 주변에서도 연일 '아베 정권 퇴진'과 '전쟁 법안 폐기' 등을 외치며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으나, 건설 장인들이 '별도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도 특이했다.

그런데, 정작 권력층의 당사자들은 국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