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서울 용산구 동부건설 본사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와 국제유가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 인수·합병(M&A) 시장 분위기도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국제 유가하락으로 중동 주요국에서 공사 발주가 줄어들면 국내 건설업체들의 수주실적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이는 건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새주인을 찾고 있는 건설업체들의 M&A 작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건설업체는 동부건설, 남광토건, 극동건설 등이다. 내달 9일 본입찰이 예정된 남광토건 매각에는 3곳 정도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과 9월에 이어 세 번째 매각이 추진되는 남광토건은 500억원 안팎의 저렴한 몸값이 장점이지만 낮은 주택사업 비중은 약점으로 지목된다. 올해 상반기와 달리 건설 M&A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다는 점이 악재로 꼽힌다.

최근 미분양아파트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하락 등 글로벌 경기불안까지 겹치자 매물로 나온 건설업체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내달 예정된 본입찰 결과가 나와봐야 매각성사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건설업체 중에서는 그나마 동부건설의 매각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지난달 10일 매각공고가 나온 동부건설은 내달 4일부터 주식거래가 재개된다.

지난해 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동부건설은 올해 2월 주가가 30일 연속 액면가(5000원)의 20%를 밑돌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후 90거래일 중 61거래일 동안 액면가액의 20% 미만을 기록해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동부건설 주식이 내달 재상장될 수 있는 것은 감자(減資) 덕분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대주주는 250대 1, 일반주주는 10대 1의 감자를 이달 완료했다. 이에 따라 일반주주가 가진 483원짜리 주식 10주는 4830원짜리 1주로 바뀐다. 감자로 주가가 액면가액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상장유지가 결정됐다.

주식거래가 정상화되면 인수주체 입장에서는 M&A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보다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실패한 극동건설에 비해 동부건설의 매각성사 가능성이 보다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동부건설은 동부하이텍 지분과 동부익스프레스 후순위 채권을 더해 1300억원 이상의 자산은 물론 아파트 브랜드인 센트레빌도 보유하고 있어 다른 업체에 비해 투자자들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건설 M&A시장 분위기가 위축된 상황이어서 수천억 원이 넘는 몸값을 부담할 수 있는 업체가 나설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동부건설이 보유한 담보 및 무담보회생채무 금액을 감안한 예상 매각가격은 2000억원 정도로 주택 전문기업이나 시행사가 부담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불안이 국내 건설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건설업체 매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 비해 건설 M&A시장 열기가 한풀 꺾인데다 건설경기 악화에 대한 불안감도 제기되고 있어 수천억원이 넘는 자금을 부담하겠다는 투자자가 나타날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