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14년과 작별하는 막바지 길목에 다다랐다. 돌이켜보면 찰나(刹那)같은 빠른 나날이지만 숱한 사연들이 많았던 한 해였다.

그 중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세월호 참사다. 어떤 말을 갖다 대어도 납득(納得) 할 수 없는 억장이 무너진 이 일은 온 국민의 마음을 깊은 물속에 가두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대 참사. 거기에는 온갖 이권과 사리사욕이 도사리고 있었던 예견된 참사였다. 그렇다고해서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문제가 제대로 자리 잡고 있는가. 여전히 계속되는 갖가지 안전사고는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짓누르고 있다.

가까운 예로 제2롯데월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개장 이후 균열과 누수·진동 등의 문제로 몸살을 앓던 제2롯데월드의 콘서트 홀 공사현장에서 비계 작업을 하던 인부가 추락·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사고 원인이 밝혀지겠지만, 안전관리의 기본에서부터 짚어봐야 할 문제이다.

모든 사고는 사고를 당한 개인은 물론 소속된 회사나 조직에 책임이 있다. 더욱이 부주의나 관리 미흡으로 인해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게 하는 것은 책임이 더 크다.

우리는 사고를 당하는 순간에는 모두가 가슴을 치면서 통탄해하면서도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는 풍토에 젖어있다.

안전의 기본은 품질(品質)이다. 구조물은 품질이 중요하나 인간은 품격(品格)이 주요하다. 하지만 품격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의 생활 태도에서부터 차근차근 형성되는 기본적 도리이기도 하다.

12월 들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사건들이 얼마 남지 않은 2014년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청와대 문서 유출과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이다. 이 또한 기본적인 품격의 결여에서 야기된 문제라고 본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불법 개조로 인한 배의 침몰, 선장의 무책임한 행동,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의 처신, 부하를 관리하는 상관의 태도...모두가 책임감과 품격이 결여된 상태에서 생겨나는 일이다.

이러한 일에 대한 결과는 모두 사법적·금전적인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모두 처벌로만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방법은 무엇일까. 각 개인이 맡은 바 임무 수행을 원칙에 입각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는 공직자나 민간인 공히 다르지 않다.

조직 세계에서는 대체로 상하(上下)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관이 부하 직원을 무시하고 작은 권력을 함부로 휘둘러서는 안 된다. 상관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터득한 지식과 경험을 부하직원을 선도하는 것이지 무도건 휘두르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아니다는 것이다. 우리의 조직 문화는 이제 계층구조(hierarchy)에서 벗어나 상부상조(相扶相助)하는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12월이 되자마자 엄습하던 추위가 강도 높은 한파를 몰고 왔다. 그렇지 않아도 추운 연말 분위기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더욱 움츠리게 한다.

얼어붙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녹일 수 있는 훈훈한 뉴스가 간절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