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는 건설업체 중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자산매각 등을 통해 해당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개선된데 반해 주가는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워크아웃 업체 주식을 미리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50위 안에 포함된 건설업체 가운데 워크아웃 중인 기업은 금호산업, 경남기업, 고려개발, 진흥기업, 삼호, 동문건설, 신동아건설, 동일토건 8곳이다. 이중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금호산업, 경남기업, 고려개발, 삼호 등이다.

최근 주가가 눈에 띄게 상승한 업체는 경남기업이다. 경남기업의 주가는 현재 4700원 안팎으로 이달 4일 4085원 대비 15% 이상 올랐다. 지난 11일에는 주식 한 주당 가격이 5510원까지 치솟으며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올해 6월말과 비교하면 한 주당 3000원 선을 오가던 경남기업 주가가 반년도 안 돼 50% 가량 급등했다. 워크아웃 이후 현금흐름이 개선됐고 핵심자산 매각이 속도를 내면서 경영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 경남기업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81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464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자산항목에 잡히긴 하지만 외상으로 남겨둔 매출채권은 같은 기간 197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이는 경남기업의 재무건전성이 강화됐음을 의미한다.

업계는 경남기업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관급공사 원가율 상승에도 올해 들어 현금흐름이 개선된 것은 채권단으로부터 채무를 조정받거나 면제받은 덕으로 보고 있다. 경남기업은 올해 상반기 채무조정이익과 채무면제이익을 통해 각각 639억원, 441억원의 차익을 거둬들였다. 이 금액은 모두 금융수익으로 계상됐으며 장부상 이익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이달 초 경남기업이 짓고 있는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 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 대리은행인 우리은행으로부터 14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기로 확정된 것도 주가상승에 도움이 됐다. 공사 진행을 위한 자금이 수혈되면 나머지 잔여 공사를 마무리 짓고 해당 빌딩을 매각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 빌딩의 지난해 말 기준 감정평가액은 약 1조원 가량이다.

금호산업도 최근 들어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업체 중 하나다. 올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1만1000원 사이를 오가던 금호산업의 현재 주가는 2만2100원이다. 한 달 사이 주식 가격이 95% 이상 상승했다. 채권단이 이 회사 워크아웃 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대신 보유 지분을 공동매각하기로 결정한 점이 주가 상승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보유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은 금호산업이 워크아웃 졸업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올해 들어 이 회사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도 시장의 기대치가 높아진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1000%에 달했던 금호산업의 부채비율은 올해 3분기 501%까지 떨어졌다. 현금흐름이 개선된 상황에서 차입금은 감소하며 경영정상화의 걸림돌로 지목되던 부채비율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시점에 맞춰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을 매입한 것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을 사들이면서 주식시장에 이 회사에 대한 투자가치가 충분하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워크아웃 중인 삼호와 고려개발은 같은 대림산업 계열사지만 주가흐름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호는 영업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이후 주가가 오르고 있는 반면 고려개발 주가는 같은 기간 등락을 거듭하다가 최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삼호의 경우 지난해 말 출자전환을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했지만 고려개발은 재무구조 개선에 애를 먹으면서 두 회사 주가흐름에도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고려개발은 유동부채가 다소 줄긴 했지만 현금성 자산도 같이 감소해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반면 삼호는 지방에서 공급한 아파트 분양이 성공하며 영업실적이 개선됐고 부채비율도 3년 연속 감소해 경영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3분기 삼호의 부채비율은 381%로 지난 2012년 1365%, 지난해 말 494%를 기록했던 부채비율이 3년 연속 감소했다. 대림산업은 주택분양 성공에 따른 영업실적 개선과 차입금 감소가 맞물리며 삼호의 재무구조가 큰 폭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우발채무 리스크가 남아있어 채권단이 워크아웃 기간을 2년 더 연장했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조기졸업도 가능할 것"이라며 "아파트 분양 등 주택사업 부문이 회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주가 상승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