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세시(歲時) 풍속처럼 별칭이 많은 달(月)이 있을까. 중춘(仲春), 중춘(中春), 정춘(正春), 중양(仲陽), 중양(中陽), 묘월(卯月), 협종(夾鐘) 등이 모두 2월의 별칭이다.

2월은 추운 겨울을 보내고 농사일이 본격적으로 시작 되는 달(月)이라서 농촌의 머슴들이 썩은 새끼줄을 가지고 '목매달아 죽는다고 뒷산에 올라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농사철이 시작되면 죽을 만큼 고생스러운 심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2월 1일을 '허드레 날'이라고도 한다. 어원(語源)은 정확하게 나와 있지는 않으나, '농사지을 준비가 이것저것 많다는 뜻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산과 들에 칡을 캐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2월의 칡이 약효가 있기 때문이다. 2월에는 콩도 볶아서 먹는데. 좀 볶기 · 굼벵이 볶기 등으로 불린다. 좀이나 굼벵이들을 콩 볶듯이 하면 그 해(年)의 병충해가 적어진다는 풍속이다.

선인들은 콩을 볶으면서 "새알 볶아라.", "쥐 알 볶아라.", "콩 볶아라." 하면서 볶았다. 이렇게 하면 새와 쥐 등 병충해가 없어져서 곡식을 병충해로부터 손실을 보지 않는다고 믿었다. 이날 콩을 볶아서 먹으면 노래기가 없어진다고도 했다.

또 하나의 풍습은 일하는 머슴들에게 송편을 나이 수대로 먹였다. 어느 지방에서는 스무 살이 된 머슴에게 술을 한 턱 내기도 했다.

 그리고, 옛날에는 '머슴날'도 있었다. 머슴날은 아이가 어른에게 인정받는 통과 의례행사라고 볼 수 있다. 지역에 따라서 어른에게 인정받으려면 큰 돌을 들어 올리거나, 가마를 들 수 있게 되면 어른으로 인정하는 풍속이 있었다.

음력 2월을 영등(影燈)달이라고도 한다. 영등(影燈)할머니가 내려와서 중순쯤에 올라간다고 한다. 영등할머니는 바람을 관장하는 풍신이기에 바람이 생업인 어촌에서 주로 모신다. 영등할머니가 며느리와 함께 내려오면 그해에 바람이 많은 달이라고 믿기도 했다.

가정의 평안을 위해 영등할머니에게 정성을 드리는 '영등굿'도 있었다. 지금은 보기 드문 행사지만 섬지방이나 바닷가에서 아직도 행해지는 곳이 있다. 영등할머니는 바닷가의 어민이나 선주들에게는 파도와 해상사고를 관리하는 신(神)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때로는 이들 풍습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것을 잘 보존해서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옛 풍습을 더듬어 보면서 새봄을 맞이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