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들이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꾸준히 주장해왔던 환경영향평가 부실이 사실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국내 영향평가에 따른 정책을 담당해온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전동준 박사의 논문을 통해 공개됐다.

그 동안 NGO단체는 MB정부의 4대강 사업이 각종 환경영향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4대강 사업에 대한 공정한 재평가와 사업중단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이번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부실평가'에 대해 직접 언급한 부분으로 국토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이번 논문에 대해 "직접 논문을 검토한 바 없지만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기존 입장만 밝혔다.

전동준 박사는 지난 11일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환경영향평가 조사업체의 현장조사 실태 및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조사는 2009~2010년 연구원에 의뢰된 환경영향평가보고서 1542건을 분석한 것이다.

분석의 핵심은 4대강 사업을 위해 필요한 사전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을 위해 전문인력이 부족한 조사업체가 환경평가를 중복 수주해 제대로 현지에 대한 파악이 부실하거나 조사 일수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논문을 보면 한 조사업체는 현지 조사 기간에 2개 지역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동시에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같은 문제를 국토해양부나 환경부가 몰랐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한 업체는 2009년 10월28~30일 남한강 상류의 동식물 현황을 조사하면서 같은 기간 영산강의 현황도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전혀 다른 환경의 지역에 똑같은 현황을 그대로 적용시킨 것이다.
이 논문은 "경기도와 전남의 지리적 위치를 고려할 때 같은 기간에 동시에 조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건설사업이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도록 사업 착공 전에 실시한다.

조사의 핵심은 동식물 현황 조사다. 대부분의 시공사는 환경영향평가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에 용역을 줘 조사를 맡긴다.

전 박사는 "환경영향평가는 현장에서 동식물, 곤충 등을 채집한 뒤 실험실에서 생물의 종을 분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중복 조사하면서 이 작업은 생략됐다"고 밝혔다.

또 "참고 문헌을 통해 부실하게 환경영향평가가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논문은 환경영향평가서에 기재된 조사 일수를 계산했다. 사업을 가장 많이 수주한 상위 5개 업체의 조사일수는 최대 569일에 달했다.

1년 365일간 휴일도 없이 빠짐없이 일해도 채울 수 없는 수치다. 여기저기를 중복 조사하다보니 나온 수치다.

국내 환경영향평가 컨설턴트는 "이런 영향평가서의 경우는 과거 각종 사업에서 흔한 일"이라며 "4대강의 경우 꼼꼼하게 이중삼중으로 확인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전동준 박사는 "2~3개의 사업을 중복수주해 조사했다면 부실조사이거나 아예 현지조사를 하지 않고 평가서를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멸종위기 동식물이 발견되면 사업을 취소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도록 사업자와 환경부 측이 협의한다.

공사를 하더라도 대체서식지를 만들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법에는 환경 현황을 일부만 조사하고도 적절하게 조사한 것으로 평가서를 작성하면 거짓환경영향평가로 본다고 돼 있다.

한편 주요 조사업체 19개사의 인력현황의 경우 조사인력이 가장 많은 곳은 석·박사급과 학사를 합쳐 모두 20명이었다.

업체당 조사인력이 4명에 불과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경우 전문성을 가진 박사급 연구원은 업체당 평균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4명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원장 이병욱)은 1999년 환경과 관련된 정책 및 기술의 연구개발과 환경영향평가의 전문성, 공정성 제고를 통해 환경문제의 예방과 해결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KEI 관계자는 "평가실에 밝힌 논문은 공식 연구원 입장이 아니기 때문 추후 별도의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