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예기치 못했던 일이 이루어질 때 '기적(奇蹟)'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기적(奇蹟)의 사전적 의미는 '초자연적인 힘이나 신의 힘이 있어서 작용했다고 하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는 비상하고 놀라운 사건'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러한 기적적인 일이 칠레(Chile)에서 일어났다. 칠레는 태평양과 안데스 산맥 사이에 길게 뻗은 나라다. 해안선의 길이가 무려 6,435km나 된다. 동으로는 아르헨티나, 북동으로는 볼리비아, 북으로는 페루와 국경을 이루고 있다. 길이가 길고 폭이 좁은 특이한 국토형태로 다양한 기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포도재배에 이상적인 자연환경과 풍부한 노동력으로 가격대비 품질이 우수한 와인이 생산되는 나라다. 우리나라에서도 값비싼 프랑스 와인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칠레 와인이 인기가 높다.

 나라의 길이만큼 긴 생명줄을 지닌 광부 33인- 지난 8월 5일 광산에서 갱도가 무너져 지하에 갇힌 지 69일 만에 기적적으로 밝은 세상의 품으로 돌아왔다. 말 그대로 기적이다. 섭씨 35도와 습도 90%의 700m 땅 속에서 참고 견디면서 구조의 손길을 침착하게 기다린 그들의 인내력과 지혜가 세계인을 감동시키고 있다. 어둠 속의 갱도는 그야말로 절망의 터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당황하지 않았고 절망하지 않았으며, 서로가 격려하면서 마음을 한데 모았다.

"작은 아이템의 선택과 실행은 놀라운 결과를 안겨줄 수 있다. 얻고자하는 결과가 있다면 일단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부터 시작하라."
 경영의 대가 '톰 피터스'의 말이다. '위대한 성공 뒤에 숨어있는 작은 것을 찾으라'는 것이다. 결국 광부들은 작은 일을 시작하여 놀라운 결과를 일궈냈다. '제 시간에 일어나기' '시간에 맞춰 사워하기' '함께 모여 기도하기'......언뜻 생각하기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는 것 같은 사소한 일이지만, 절망의 터널에서는 소중한 규율이자 빛나는 성취감이었다. 이처럼 사소한 실행 하나하나가 살이 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을 인식케 하며 생에 대한 의지를 다졌을  것이다.

9월 13일 12시 11분(한국시간). 광부 '아발로스'가 어둠의 터널에서 광명의 세상으로 나서는 순간 칠레 국민들은 '비바' '비바'.....를 외쳤다. '비바'는 만세라는 말이다. '비바'의 울림은 칠레를 넘어 지구촌 방방곡곡으로 메아리쳤다. 감동의 드라마다. '세바스찬 피녜라' 칠레 대통령도 구조 현장에 나와 생환된 광부들과 뜨거운 포옹을 했다. 국가와 국민과 광부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피녜라' 대통령은 33인 광부의 리더 역할을 한 '우르수아'를 '위대한 캡틴'이라고 했다. 산호세 광산에서 일한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신출내기 '우르수아'는 어둠 속에서 32명을 리드한 지도자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대피소 벽에는 그가 그린 복잡한 조직도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그는 간호사, 오락반장 등 회사 조직도를 방불케 하는 조직도를 그려놓고 각자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이 조직도는 불안한 생명이 69일을 이어가는 원동력의 틀이었다. 광부들은 모두 젊은 켑틴의 말을 잘 따랐고, 혼연일체가 되어 희망의 불씨를 살려나갔다.

 우리는 지구촌 반대편에서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이들의 구조 모습을 생생하게 보았다. 한 시간에 한 명 씩 구조되는 '구조 캡술'을 타는 것도 서로 양보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소개되었다. 한시라도 빨리 광명천지로 탈출하기 위해 앞을 다투려는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내가 맨 나중에 탑승하겠다." 캡틴 '우르수아'는 마지막 구조자를 자원했다. 언론과의 인터뷰도 동료들을 내세웠다. 리더 '우르수아'의 마음가짐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무한경쟁의 사회- 남을 앞지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현대인들에게 33인 광부들의 모습은 '인생교과서' 그 자체다.
 칠레의 기적은 '초자연적인 힘이나 신의 힘이 있어서 작용 한 것'이 아니고, 국가와 국민과 광부들이 하나가 되어 스스로 만들어낸 평범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기적'이었다.
'비바' '비바' '비바'
광부들은 물론 칠레 국민 모두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