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매주 인하대를 간다. 언론정보학부 학생들에게 <PR기획론>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30여 년 동안 홍보업무와 인연을 맺고 살아온 생(生)이기에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장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다. 바쁜 일정에 쫓기면서도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사실 자체가 기쁨이요 보람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곧 배움'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복잡한 서울을 떠나 인하대에 들어서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교정에 우거진 수목들에서 계절의 냄새가 나고, 거리낌 없이 활보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풋풋한 삶의 향기가 나기 때문이다.

이 인하대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던 1952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발의로 이 학교가 출범되었다. 인하대는 우리나라의 공업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하와이 교포 이주 50주년 기념사업으로 세워진 학교다. 당시 학교 설립에 필요한 재원은 이승만 박사가 운영하던 한인기독학원(Korea Christian Institute)을 매각한 대금과 하와이 교포들의 눈물겨운 성금으로 토대가 만들어졌고, 인천시가 기증한 학교 부지(敷地)로 완결되었다고 한다.

1954년 2월 '재단법인 인하학원'으로 설립되었고, 2개월 후인 4월 24일 '인하공과대학'으로 역사적인 개교를 했다. 일반인들이 '인하대학교' 보다는 '인하공대'라는 학교 이름에 익숙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인하대(仁荷大)라는 학교 이름도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인천(仁川)과 하와이(荷蛙伊)의 첫 글자에서 따왔다. 하와이(荷蛙伊)라는 한자 표기가 다소 어색하지만, 그래도 오지리(墺地利)나 아라사(俄羅斯)보다는 자연스럽다.

 아무튼, 지난 13일 인하대 이본수 총장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인하대설립자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을 철거 27년 만에 다시 세운다'고 용기 있는 발의를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은 1979년 2월 인하대 교정에 세워졌다가 4년 만인 1983년 10월  철거됐다. 일부 운동권 학생들에 의해서 동상이 쓰러졌기 때문이다. 이본수 총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생과 교수 등 내부 구성원의 공감대를 얻는 작업에 착수해 동상을 원래 있던 자리에 다시 세우겠다"고 했지만, 일부 학생들은 "독재자 이승만의 동상을 세울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1875년 3월 26일 보수적인 유교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기독교인이 되었고, 영어를 배우면서 자유와 평등이라는 서양 사상을 체득했다. 1897년 궁궐 앞에서 학생 연좌 동맹 휴학을 주도하다가 체포되어 종신형에 처해지기도 했으며, 1904년 사면되어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일합방이 시행되던 1910년 이 박사는 YMCA의 조직원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일본의 박해를 피해 1912년 하와이로 떠났다.

그는 하와이에서 한국계 미국인 학생들을 가르치는 감리교학교의 교장이 되었다. 이 박사와 하와이의 인연은 이렇게 맺어졌던 것이다. 이 박사는 25년간 미국에서 '망명 정부에 대한 외교적 지지를 얻는 일과 미국 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이해와 동정'을 사는 두 가지 목표를 추구 했다. 하지만 그는 "건국의 원훈(元勳)으로서 한민족의 독립과 번영의 기초를 다진 국부(國父)로 추앙받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 그는 한반도의 통일을 저해하고 민주주의를 압살시킨 시대착오적 독재자로 매도당하고 있다(연세대 유영익 석좌 교수)."

 로버트 올리버(Robert T. Oliver) 펜실베이니아 대학 명예교수가 쓴 <이승만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없다>는 책에 이러한 글이 있다.

"그의 방법이 때로는 적당치 못했거나 너무나도 시기를 잘못 택한 즉흥적 처사였다는 것도 사실이다. 궁극적인 역사의 진리는 사건과 그 마지막 결과를 놓고 최종적으로 평가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여러 다른 관점으로 뭉쳐진 하나의 혼합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로버트 올리버'의 책의 말미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1960년 5월 1l일 자의 편지를 공개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라고 했다.

"우리가 이화장으로 옮긴 지도 벌써 1주일이 지났으며 차차 새 집과 정원에 익숙해 가는 중이오. 한 번 물러나기로 결심한 이상 경무대를 빨리 떠나려 했소. 시간의 흐름은 최근에 일어났던 비극을 기억에서 지워버리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라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아픈 기억도 제법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래도 '여러 다른 관점으로 뭉쳐진 혼합물'의 이승만- 그의 동상을 바라보면서 강의실로 들어설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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