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성공한 아버지들의 자식 사랑(?) 문제가 떠들썩하다. 자식의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이 도마 위에 오르더니 급기야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문제가 온 나라를 들쑤셔 놓았다. 이 또한 아버지의 지나친 애착에서 비롯된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버지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아버지의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삶을 영위한다. 그런데 아버지의 지나친 영향이 오히려 판을 그르칠 수도 있다. 아버지는 물론 그 자식의 장래도 먹구름 속에 갇히고 만다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임상 심리학자이자 라이프 코치인 '스테판 폴터(Stephan B. Poulter)'는 "아버지 유형은 우리의 직업 양상, 대인관계 양상, 그리고 삶의 방법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아버지의 핵심요소(The Father Factor)'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기본이 되는 아버지 유형은 성취지상주의형 아버지, 시한폭탄형 아버지, 수동형 아버지, 부재형 아버지, 그리고 배려하는 멘토(mento)형 아버지 등 다섯 가지가 있다."
이와 같은 다섯 가지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아버지의 유형은 어떤 것일까? 당연히  '배려하는 멘토형 아버지'이다.
'스테판 폴터'는 "배려하는 멘토형 아버지는 모든 아이들이 바라는 희망 사항"이라고 했다. 자녀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고, 자녀를 양육하는데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며 자녀의 삶에 동참하는 '시대를 앞서가는 아버지'라서 이다. 그런데 이러한 멘토형 아버지는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한다. 전체 아버지 중 10%에 불과하다는 서글픈 통계다. 이 통계가 미국의 경우를 말하고 있으나 우리에게 대입(代入)시켜도 과히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스테판 폴터'는 또, "배려하는 멘토형 아버지는 우리 모두가 목표로 삼고 성취해야 할 모델이다"고 했다. 그런데 이 목표에 도달하려면 '아버지가 우리의 삶에 준 영향을 파악해서 변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통찰하고 해결하며, 신념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배려는 필요하되 시간을 가지면서 스스로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는 문제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의 삶이 정체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뼈있는 충고다.   그런데 우리의 아버지들은 온통 자신의 영향력으로 자식을 만들어가려는 '성취지상주의형'이 많은 듯싶다. 그리고, 아버지의 입장에서 보면 어린 자식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걱정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한 자식에게 용기를 주고 좋은 자리에 앉혀주는 힘 있는 아버지가 있으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그렇지 못하고 어깨 쳐진 아버지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힘 있는 자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분노한다.

 김정현은 소설 <아버지의 눈물>에서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물 건너갔다고 외친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개천에서 용이나?.... 이미 출신에 따라 인생이 정해져 있는 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힘없는 아버지에게는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과 용기와 눈물이 있었다. 친구의 꼬임에 빠져 IT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리려다가 '삶의 참된 가치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는 허황된 욕망에 눈이 뒤집혀 있었음'을 깨닫고 경찰에 자수하는 아버지 김흥기- 그의 용기가 오히려 멋있어 보인다.
<기회는 언제나 있고 선택의 자유도 있다. 다만 필요한 것은 용기였다. 정직할 수 있는 용기, 잘못을 시인하는 용기, 버릴 줄 아는 용기,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 돌이켜 보면 그랬다.>
"나 때문에 창피하지?"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사람들은 금방 잊을 거예요. 그 보다도 전 아버지가 비겁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인생을 살아오면서 아버지들은 크고 작은 유혹에 빠져들 수 있다. 특히, 자식과 관계되는 일에서는 한없이 약해질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애착은 금물이다. 사회는 자기 자식만을 위한 놀이터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두의 마당'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비겁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는 소설 속 아들의 말이 커다란 공명(共鳴)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