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학교에 안다닐래요. 차라리 구두닦이가 나요. 치사하고 억울해서 학교 못 다니겠어요."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너 혼자인줄 아느냐? 원래 세상은 더러운 거야. 진흙탕이라고 생각하면 돼."
 요즈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SBS의 인기드라마 '자이언트'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대화 내용이다. 교장 선생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항하는 어린 이강모(여진구 분)에게 건설회사 사장 황태섭(이덕화 분)이 충고하는 대사에 혼탁했던 시대 상황이 들어있다. 드라마는 70년대 강남 개발을 배경으로 세 남매의 성장과정과 함께 건설업자와 정치인·권력기관의 검은 거래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건재한 현 시점에서 반추해 봐도 과히 어긋나지 않은 상황들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개발 시대의 세대들이 드라마 '자이언트'에 환호하고 있는 것은 눈으로 보고 들었던 이야기들이 영상을 통해서 적나라하게 재현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배경 시대는 '정의 사회 구현'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내걸렸던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구호 일 뿐, 사회는 정의와는 별개로 흘러갔고, 수 십 년이 지난 오늘도 사람들은 정의 사회 구현에 목말라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발간 석 달 만에 30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지난 5월 출간(김영사)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대열에 끼더니 급기야 1위까지 등극했다. 인문서가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 57)은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학 교수가 된 사람이다. 그는 1980년부터 30년 간 하버드대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정의(Justice) 수업은 하버드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 강의로 손꼽히고 있다고 한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정의로운 사회라면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 각자 좋은 삶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탐욕은 악덕 즉, 나쁜 태도"라면서 "어려운 시기에 이웃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활개 치는 사회는 좋은 공동체가 못된다. 따라서 지나친 탐욕은 사회에서 억제해야 할 악덕"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는 어떠할까? 아직도 억제해야 할 탐욕이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 걱정이다. 작가 김진명은 소설 <카지노>의 머리말에서 사람의 욕심에 대해서 이렇게 적시(摘示)했다.
"돈에 집착할수록, 욕심을 낼수록, 그리하여 돈에 지배당하게 되는 그 순간 인간은 자신의 참모습을 잃어버린 채 붕괴되고 만다. 모든 의식과 절차를 생략한 채 바로 돈으로 승부를 거는 이 혼돈의 공간(카지노)에서 사람들은 존재의 본질을 훨씬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했다. 결국 욕심의 포로가 되어 자신을 망치게 된다는 말이다.

 비단 돈의 문제만이 아니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망각한다. 욕심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가. 마이클 샌델이 제시한 사회적 원칙은 이러하다.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 지를 묻는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이것들을 올바르게 분배한다. 다시 말하면 각 개인에게 합당한 몫을 나누어준다.....정의를 구현하려면 사회적·경제적 불이익을 바로잡고, 모든 사람에게 성공할 기회를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권력을 가진 자'와 '부정하게 부(富)를 축적한 자'가 주도권을 틀어쥐고 사회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에 대한 몫이 합당하게 분배되는 정의로운 사회-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천명한 '공정한 사회' 가 바로 정의로운 사회일 것이다.
 샌델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의와 인간의 삶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의에 관한 문제들과 매일 맞닥뜨리게 된다. 그만큼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했다.
 하루하루 맞닥뜨리는 정의(Justice)에 대해 고민하면서 사는 삶이 아름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