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대를 여름날에 비교하리라/ 그대가 더 예쁘고 더욱 화창하다/ 모진 바람 5월의 꽃봉오리 떨구고/ 여름철은 너무나 짧은 것을 어찌하리/.....우연히 자연의 변화로 고움은 빛바래고/ 모든 아름다운 것도 사라지지만...."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세익스피어(Shakespeare, 1564-1616)의 시(詩) <그대를 여름날에 비교 하리>의 일부다. 세익스피어는 여름철이 짧은 것을 한탄했다. 하지만 우리는 봄이 짧은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봄을 느낄 수 없으리만큼 5월이 바람처럼 짧게 스쳐 지나가고, 어느덧 태양빛이 뜨거운 여름의 길목에 들어섰다. 우리의 계절이 이처럼 춥고 뜨겁게 변한 것이다.

 그런데 더욱 뜨거운 것은 남북관계다. 천안함 사태로 인해 남북의 긴장이 고조됨은 물론 '곧,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유언비어까지 난무한다니 걱정이 앞선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이 암운(暗雲)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일어날 수도,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다.
 더불어 천안함 침몰에 대해 막무가내(莫無可奈)로 목소리를 높이는 북한의 행태가 악덕(惡德)하다는 생각이다. 악덕의 의미는 무엇일까?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의 <인생론>을 들춰본다.
"악덕(惡德)은 덕(德)보다 강하지 않다. 그러므로 현자는 헤칠 수 없다. 선한 사람에게 부정을 꾀하는 것은 악인 밖에 없다. 선한 사람끼리는 평화가 있다. 악인은 선한 사람에게 위험한 이상으로 그들끼리 서로 위험한 존재이다."

 위험한 존재 북한은 결코 우리를 헤칠 수 없다. 악덕이 덕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평화라는 말도 악덕인(惡德人)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세네카의 말처럼 평화는 선한 사람끼리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백두산이 흔들린다고 한다. 백두산의 지진이 2002년 6월을 기점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다. 백두산에는 2002년에 지진 규모 7.3의 강진도 있었다. 지진은 또 다른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에 의해 지하에 잠들어 있던 마그마가 깨어나면 화산 활동이 촉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재앙의 징조이기도 하다. 백두산에서 화산이 폭발하면 천지에 담긴 20억 톤의 물과 함께 엄청난 화산재가 전 세계를 뒤덮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이래저래 한반도에는 세계인의 이목(耳目)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수록 불리한 것은 우리의 경제다. 우리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밀어닥친다. 유럽 경제의 침몰, 환율의 고공 행진, 4대강의 찬반 양상, 부동산 경기의 위축, 선거판의 어지러움 등 어느 것 하나 시원스러움이 없다. 특히, 건설업체들의 신음 소리가 전국 곳곳에서 들려온다. 누적된 미분양 아파트들이 무거운 짐이자 출구가 무너져 내린 어두운 터널 같은 존재다. 이 모두가 남북 간의 파고(波高) 못지않은 엄청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손자병법의 지혜를 빌려야 할 판이다.

"상황이 아무리 최악이어도 절망하지 마라. 모든 것이 두려울 뿐이라 해도 두려워하지 마라.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도 그 무엇도 두려워하자 마라. 자원이 없을 때는 지략에 의지하고, 기습을 당했을 때는 기습으로 적을 잡는다."

하지만, 지략도 기습도 통하지 않을 듯싶다. 차분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조만간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기 위한 공식 절차에 착수한다고 했다. 미국, 일본과의 공조를 통해 법적 구속력을 갖는 대북 결의안(resolution)도 채택 할 것이라 한다.
 아무튼, 올 여름은 그 어느 해 보다도 뜨거울 것 같다. 뜨거운 상황들이 쉽게 식지 않을 것 같아서다. 유월의 벽두부터 시원한 소나기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