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렸던 겨울을 뒤로하고 새봄이 돌아왔다. 시인 유안진은 봄을 이렇게 노래했다.
<머언 산 바윗등에 어리운 보랏빛, 돌각 담에 기어오르는 봄 햇살, 춘설을 쓰고 선 마른 갈대대궁, 그 깃에 부는 살 떨리는 휘파람, 선머슴의 지게 우에 꽂혀 앉은 진달래 꽃.....>

 얼어붙었던 대지에 만물이 생동하며 따스한 봄기운이 나비처럼 너울거리듯 우리의 가슴 속에 봄의 서정이 스며드는 느낌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요즈음은 봄을 맞는 기분이 옛날과 다르다. 봄 햇살도, 꽃들의 질서도 들쑥날쑥 한다. 목련, 개나리, 벚꽃, 진달래가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내어 오히려 혼란스럽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들을 '환경오염으로 야기된 생태계의 변화'라고 한다.

 아시아태평양 생태환경연구소의 송혜영 소장은 "봄은 꽃과 곤충들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대개 노란 산수유, 매화, 개나리, 진달래 순으로 꽃망울을 터뜨리는데 몇 해 전 부터는 피고 지는 순서도 없이 한꺼번에 피었다가 시들어 버린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잃어버린 봄'이다(중앙선데이).

3월의 폭설, 4월의 한파도 기이하기 짝이 없다. 화사한 봄이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찬 기운이 우리 곁을 맴돌고 있으니 말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4월의 하늘이 더욱 무섭다. 아이슬란드 남부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지구를 덮고 있기 때문이다. 화산재로 인하여 온 세계가 어지럽다. 유럽의 대부분 지역에서 항공기 운항이 중지되어 여행객들의 발을 묶었다. 9 ㆍ11 테러 이후 최악의 항공 대란이란다. 화산재가 항공기 제트엔진에 들어가면 치명적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대단히 위험하다고 한다. 화산 학자들은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계속 폭발할 경우 향후 6개월 간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겁을 주고 있다.

 환경 뿐 만이 아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작금의 상황들도 검은 화산재가 드리운 듯 어둡기 짝이 없다. 정치 ㆍ경제 ㆍ 사회 ㆍ 군사 ㆍ 국제적으로 꽉 막혀 있어 돌파구가 보이질 않는다. T.S 엘리어트의 시(詩) '황무지(The Waste Sand)'의 첫 구절 '4월은 잔인한 달'을 떠올려 본다.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망각의 눈(雪)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球根)으로 약간의 생명을 길러 주었다."

 아무리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해도 일부 건설사를 중심으로 4, 5월에 4만세대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움츠렸던 건설업체들이 새봄을 맞이하여 물량공세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궁금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건설업체들이 국내 시장에만 매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해외의 유망 시장으로 빨리 눈을 돌려야 한다.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택 중심에서 벗어나 토목, 석유화학 플랜트, 수력 ㆍ화력ㆍ원자력 발전소 등으로 업역(業域)을 넓혀야 한다.

 본지 역시 '잔인한 4월(28일)'에 창간 12주년을 맞는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넘어 12살이 되는 셈이다. 12라는 숫자는 수학적으로는 십이진법, 과학적으로는 마그네슘(Mg)의 원자번호이지만 사람에게는 대체로 사춘기에 접어드는 나이다.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인에 들어서는 시기인 것이다. 본지는 창간 12주년이 '성인으로 발돋움하는 나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우리의 활동 영역을 해외로 넓히고자 한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해외 수주 정보와 기술 정보 등으로 지면을 확충하려는 것이다. 세계는 더 이상 여러 개가 아닌 하나의 덩어리다. 지구촌의 지진도, 화산도 남의 나라의 재앙(災殃)이 아니라 우리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우리의 재앙(災殃)이 아닌가. 기업도, 매체도 모두 해외로 눈을 돌려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잔인한 달, 4월'이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