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일대가 소란스럽다. 좋은 입지를 갖춘 뉴타운 중 하나로 손꼽히는 왕십리뉴타운 1구역이 사업추진에 큰 장애가 나타나 분양시기가 기존보다 한참 늦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2002년 왕십리뉴타운은 길음뉴타운, 은평뉴타운과 같이 시범뉴타운으로 지정됐다. 뛰어난 입지여건으로 이들 중 가장 선호도가 높았으나 사업추진이 더뎌 3곳 중 가장 늦게 사업이 진행된 곳이다.
이미 입주를 한 다른 시범뉴타운과 달리 왕십리뉴타운은 이제 겨우 관리처분을 받고 철거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행정법원이 왕십리뉴타운1구역 조합설립이 무효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판결이 대법원 판결로 이어지면 왕십리뉴타운은 다시 조합설립인가부터 시작해야 한다. 즉 2~3년간의 시간이 다시 소요된다는 것이다.

현재 왕십리뉴타운 1구역은 어떤 방식으로도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일부 건설사당담자는 “사업일정을 비롯해 분양일정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며 “계획한 시기에 일반분양은 이뤄질 것이다”라고 답하는 등 사업추진에 자신감을 보이긴 했으나 구청이 법원 판결을 무시한 채 분양승인을 해주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사업 지연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원 판결처럼 다시 조합설립부터 다시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현재 1구역은 90%이상이 철거된 상태로 조합설립부터 사업이 추진되면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즉 예전에 과천 재건축에서 멸실 이후 재건축사업이 조합소송으로 원천 무효화가 됐지만 곧 합의를 통해 사업이 재개된 것처럼 이번에도 어떤 식으로든 원고와 피고간의 합의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초 계획보다는 다소 늦춰질 수 있겠지만 사업은 재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인근 S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사업판결에 황당해 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사업에 본안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고 왕십리뉴타운의 사업성이 좋기 때문에 이에 따른 시세조정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인지 사업취소 판결 이후에도 시세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현재 왕십리뉴타운 1구역 114㎡ 조합원 분양권은 프리미엄이 2억1000만원가량 붙었다. 조합원 분양가는 4억4500만원으로 이를 합치면 총 투자액은 약 6억5500만원(3.3㎡당 1926만원) 수준이다.
K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반분양가가 3.3㎡당 1900만원대로 책정될 예정인 만큼 동호수 추첨에서 유리한 요건을 갖추고 사업이 더 지체되지 않는다면 메리트 있다”며 “특히 사업성과에 따라 일정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금여력이 된다면 분양보다는 조합원물량이 괜찮을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