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의 협주곡 <사계> 중 봄에 대한 묘사는 어느 계절보다 경쾌하고 활기차다. 그래서 음악을 듣다보면 저절로 힘이 솟는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연일 전해지는 금메달 소식은 비발디가 <사계>에서 묘사한 봄보다 더욱 경쾌하고 활기가 넘친다.

 어려운 경제상황이나 복잡한 정치문제를 떠나 젊은 우리 선수들의 금메달 소식은 그 자체가 경쾌한 활력소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나 저녁 회식자리에서나 올림픽 중계를 보지 못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대화에서 밀려난다. 심지어 거리에서 길을 걷다가 빙그르 도는 사람도 눈에 뜨인다. 김연아 선수를 흉내 내는 것이다. 그들의 황금색 메달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빛나 보인다.

 기호 Au, 원자 번호는 79인 금(金)은 빛나는 노란색의 무른 금속으로 연성과 가단성이 있는 전이 금속이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수 천 년 이상 화폐로 쓰였으며, 사람들의 몸에 달고 다니는 장신구와 치아, 전자 제품 등 금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자공학, 특히 인쇄기 판이나 실리콘(규소)을 겉에 입힌 반도체에도 필히 금이 쓰인다.
 중세시대에는 사람의 힘으로 금을 만들려는 연금술을 연구하기도 했다. 마르코 폴로의 모험이나 콜럼버스의 항해도 금을 구하려는 데에 목적을 두었으며, 근세 유럽의 발전도 금ㆍ은의 무역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연금술이란 무엇인가. 구리, 납, 주석을 금으로 바꾸는 작업을 말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유명 소설가 '파올로 코엘료'는 소설 <연금술사>에서 연금술은 다른 광물로 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아의 신화라고 했다.
"진정한 연금술은 만물과 통하는 우주의 언어를 꿰뚫어 궁극의 하나에 이르는 길이며, 각자의 참된 운명, 자아의 신화를 사는 것이다."

아무튼, 우리가 쓰는 금은 연금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땅에서 얻어지고 있으며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의 금 전문가인 도시마 이쓰오(豊島逸夫ㆍ62)는 세계경제를 비추는 거울은 황금이라고 했다.
"금은 다이아몬드처럼 희귀한 금속이다. 이 금속은 인류가 교환을 기반으로 한 경제생활을 영위하기 시작한 뒤 다른 물건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척도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태환화폐의 기반으로서 금은 더 없이 중요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태환제도는 붕괴된 지 오래다. 하지만 금은 여전히 통화가치를 뒷받침하고 있다.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금값이 천정부지로 뛰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시점은 대개 경제 파국의 위험이 절정에 도달했을 때이기 때문에 그 위기가 해소되면 금에 거는 기대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다. 세계경제는 아직도 먹구름 속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금값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일까?
"금 가격의 역사는 곧 달러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금융위기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도시마 이쓰오의 주장에 설득력이 실려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금의 가치는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헤아릴 수가 없다.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의 하얀 목에 걸리는 노란 메달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값지고 의미 있는 환희(歡喜)와 영광(榮光)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운데서도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한국이 25일 여자 쇼트트랙 3000m 결승에서 1위를 하고도 금메달을 받지 못했다. '임페딩(밀치기)' 반칙을 선언하며 실격판정을 내린 것이다. 금(金)을 향한 인간의 삶에는 언제나 논란이 이어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