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잎이 떨어지면 나도 가는 거야. 마지막 잎새야>
 <밤중에 틀림없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바람소리를 들었어. 오늘은 아마 떨어질 거야. ? 그러면 나도 따라 죽는 거야…>

O, 헨리(1862~1914)의 소설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말이다. 떨어지는 이파리를 바라보면서 자기의 죽음과 오버랩(Overlap)시키는 주인공의 넋두리다.생명에 대한 애착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그런데 고귀한 생명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걱정이다. 박용호 전 두산그룹회장의 자살은 우리사회에 또 한 번의 충격을 몰고 왔다. "회사 부채가 많아 경영이 어렵다"는 유서를 남겼다고 하지만 자살의 이유가 명쾌하지 않다. 왜들 이렇게 고귀한 생명을 가볍게 버리는 것일까?

일본 NHK의「인간강좌」강사인 이츠키 히로유키(五木寬之, 75세) 씨는 사람들의 마음(心)이 메말라 버린 데서 자살의 원인을 찾고 있다.
"일본에 자살자가 늘어나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이 말랐기 때문이다. 마른 것은 가볍다. 가벼운 생명은 내버려도 저항이 없다. 자기 생명이 가볍게 생각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생명도 가볍게 본다. 이것이 일본 사회의 문제이다."

 이츠키(五木) 씨는 「지금을 살아가는 힘」이라는 책을 통해 자살이 늘어나는 문제를 적나라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는 '자살을 하는 사람은 대체로 심약한 사람들'이라며 '냉정(冷靜)한 자기 결과보다는 고독·허무함·절망감 등에 짓눌려 죽음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자기 목숨을 던진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츠키(五木) 씨의 건축식 인간사(人間事)의 분석도 독특하다.
"과거에는 도로에 커다란 철판을 깔고, 거기에 시멘트를 쏟아 모래자갈 등을 넣어 양동이로 물을 부어서 콘크리트를 만들어 집을 지었다. 뿐만 아니라 벽에도 흙을 바르고 칠을 했다. 이 모두가 물이 없으면 되지 않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습식(濕式)공법이다."

 그런데 기술의 발달로 인해 습식(濕式)공법이 줄어들었다. 콘크리트는 공장에서 생산되고, 벽은 베니어판이나 플라스틱을 붙이고, 그 위에 비닐 벽지를 바른다. 알루미늄 섀시, 유리 등의 인공재료와 볼트, 나사, 접착제는 한 방울의 물도 필요 없다. 이러한 건식(乾式)공법이 사람을 메마르게 한다는 주장이다.

이츠키(五木) 씨는 의료행위도 건식(乾式)공법으로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과거의 의사선생은 항상 청진기를 가지고 환자의 배와 등을 눌러보면서 진찰을 했다. 또 손목을 잡고 진맥을 하기도 하며, 입을 크게 벌리게 하여 혓바닥을 살펴보기도 했다. 아울러 가정 사정들을 질문하면서 주변 상황을 체크하기도 했다. 오늘날의 진찰 방법은 첨단기계에 의한 검사 수치에 따라 처방을 한다."

 그의 주장을 빌리면 사람이 진찰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진찰을 한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고용 측면에서도 건식 고용이 만연하고 있다'는 말에 설득력이 있다.
 "고용도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옛날에는 기업에서 일단 채용을 하면 정년을 보장했다. 또, 퇴직 후에도 관계회사에서 그 동안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재파견 회사로부터 사람을 채용하여 경기변동에 따라 신축적으로 운영하는 형태가 유행하고 있다. 습식(濕式)고용이 아닌 건식(乾式)고용에 익숙해진 것이다."

 이츠키(五木)씨는 건식 가족, 건식 친구 등을 예시하면서 일본 사회의 건식화(乾式化)를 막는 것이 자살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건식화(乾式化)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心)이 메마르지 않도록 물을 뿌려 습식(濕式)사회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