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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면수심(人面獸心)

2009년 10월 12일 (월) 10:19:45

발행인장상인

admin@renews.co.kr

요즈음 세상이 참으로 어지럽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이 판을 치고 있어 서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얼굴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이다.

<다윈의 거북이>를 쓴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Mayorga, 44)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이 동물화 되고 있다"고 했다. 작금의 세태에 부합되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다윈의 거북이>에는 인간을 개, 고릴라 등으로 동물화 하는 것이 많다. 이유인즉 "사람이 짐승 같은 대우를 받고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짐승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짐승처럼 행동하니 짐승의 대우를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최근 온 국민의 혈압 수치를 상승시킨 '나영이 사건'은 인간의 탈을 쓰고는 행할 수 없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극치였다. 범인은 8살의 어린 소녀를 교회의 화장실로 유인하여 무자비하게 성폭행을 했다. 어린 소녀는 생식기 기능의 80%를 상실했다고 한다. 상해 즉시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보도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여론이 들끓었고, 이명박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그런 사람들은 격리시키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마음이 참담하다"고 했다. 처벌도 처벌이지만 그 아이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참으로 막막할 따름이다.

이에 못지않은 또 하나의 인면수심(人面獸心)이 있었다. 자기의 친딸을 성추행한 아버지다. 울산지법은 지난 7일 초등학생인 자신의 친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자 피해 당사자인 딸과 아내가 반기를 들었다.
"아버지가 꽃을 뿌리째 뽑아 내팽개쳤다. 사형을 해도 마땅한 죄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 행위다."
모녀는 자신의 남편이자 아버지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려달라'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어찌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마요르가(Mayorga)의 말처럼 이 세상에 짐승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일까?

"당신은 그 인물을 처리할 준비가 되었나요?"
"그자를 이 세상에 살려둘 수는 없어요."
일본에서 출간 첫날 68만 부가 판매된 화제작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소설 <1Q84>에 나온 주인공 아오마메(靑豆)와 노부인의 대화다. 이 소설 속의 이야기도 아동 성추행, 그것도 친딸을 성추행한 악질적인 사람(리더)을 없애 버리자는 일종의 살인 모의다.

"그 리더라는 인물을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처리해야 합니다. 저쪽 세계로 옮기는 것이지요. 당신도 알다시피 이 인물은 습관적으로 열 살 전 후의 소녀들을 성폭행하고 있습니다. 모두 다 아직 초경을 맞지 않은 소녀들이에요.......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네 명 중 첫 번째 희생자는 리더의 친딸이라는 겁니다. 그 사내는 가장 먼저 친딸을 범한 것으로 보입니다. 칠 년 전. 그 아이가 열 살 때."

주인공 아오마메(靑豆)는 스포츠클럽에서 일하는 20대 후반의 미모 여인이다. 그녀는 10cm 남짓한 아이스픽(ice pick) 같은 도구로 살인을 한다. 상처가 나지 않기 때문에 그 누구도 타살 의혹을 갖지 않는다. 그녀는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잔악무도한 사람들에 대해 본인도 미처 깨닫지 못한 순간에 삶과 죽음을 가른다.

필자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요즈음의 상황들이 소설과 부합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솜방망이라는 여론의 질타보다는 차라리 소설의 주인공 아오마메(靑豆)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그자들을 법조항으로 얽어매지 말고 조용히, 아주 조용히 다른 세상으로 보내버리자.' 이 세상의 진정한 아버지와 딸들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