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결실의 계절이지만 축제의 절기이기도 하다. 광장마다 거리마다 문화 축제가 풍성하다. 최근 서울에서 2009 아세안 문화축제(ASEAN Culture&Tourism Fair)가 한-아세안 센터와 외교통상부 공동주최로 열렸다. 태국,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 아세안 10개국 대표들이 참가하여 각국의 전통예술을 선보였던 것이다.

용산역 앞 광장에서 열린 이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각국의 대표단들이 우리가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전통적인 공연을 했고, 공연장 주변에 설치된 부스에서는 차(茶) 시음을 비롯한 아세안 음식과 문화를 체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외교통상부의 조대식 문화외교국장은 전야제에서 인사말을 통해 "지금까지의 한류는 일방적인 문화적 흐름이었다. 앞으로는 쌍방향 문화교류의 개념에서 다양한 지역과의 활발한 문화 교류를 통해 문화 외교의 지평을 넓혀야한다"면서, "우리 국민도 타 문화를 체험함으로써 그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한류가 세계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보다 체계적이어야 함은 물론, 우리의 문화를 더욱 심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1967년에 발족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동남아시아 10개 국가들의 연합체로써 우리의 3대 교역 상대국이자 3대 해외투자 대상지역이며, 중동 다음의 건설시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원유·가스 등 주요 자원의 공급원으로써 중요한 경제협력 동반자이다. 따라서 이들 나라와의 문화 교류는 경제적인 교류의 확대를 넘어 더욱 소중하고 발전적인 파트너십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관람한 이번의 문화 축제가 모두 수준급이었지만, 특히 캄보디아의 문화 예술부공연단이 선보인 압사라 댄스는 '천상의 무희' 또는 '춤추는 여신'이라는 뜻으로 고대 왕실에서만 공연되었던 품격 있는 전통예술이라는 점에서 사람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미얀마의 문화부 공연단이 선보인 공연은 '바간왕조' 시대로부터 내려온 전통공연에서부터 설날에 추는 전통춤(띤잔), 꼭두각시 인형과 사람이 함께 추는 춤이 독특했다. 또한 다민족과 다문화로 이루어진 라오스도 전통문화의 다양성을 소개했으며, 브루나이도 톡톡 튀는 댄스를 통해서 자국의 문화를 마음껏 과시했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의 아룸바(앙클룽이라는 전통악기 개량), 말레시아의 '데왕가삭티(전통음악과 현대음악 접목)',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의 강렬한 토속무용 등 공연 하나하나가 값진 것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20일 서울 광장에서 '제5회 한일 축제한마당'이 벌어졌다. 이 축제는 서울과 도쿄에서 동시에 개최되어 '함께하는 서울-도쿄! 함께 가는 미래!'를 주제로 양국의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미래를 향한 조화로운 관계 구축의 염원을 담고 있었다.

 문화의 교류는 정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불신의 벽이 없고 사람들의 왕래와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국 방방곡곡에서 민족의 대축제가 있었다. 다름 아닌 한가위 축제다.
 민속학자 이종철 박사(65세)는 <한가위 이야기>에서 우리의 전통 명절인 추석도 수 천 만이 이동하는 '민족의 축제'라고 했다. "한 해의 풍년 농사와 가족 평안을 조상께 감사드리는 한가위는 수 천 만의 국민이 고향을 찾아 이동하는 민족의 축제입니다."

 평소보다 몇 갑절 걸리는 고생스러운 고향 길을 찾은 사람들은 모두 '민족의 축제'에 참여하여 온가족과 함께 '잔치 한마당'을 벌였다. 송편 빚기, 차례와 성묘, 멀리 헤어졌던 가족과의 만남은 모두 우리가 지켜 나아가야 할 전통 문화요 전통 축제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민족의 축제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특히 아세안 문화 축제가 열렸던 용산역 가까운 곳에서 슬픈 추석을 보낸 철거민들이다. 그들은 한가위의 기쁨은커녕 차례를 지낼 기력조차 없다고 했다. 축제(祝祭)의 의미는 축하와 제사라는데, 그들에게의 축제는 언제쯤 가능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