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이 생겨난 이 후 '영종도'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영종도에는  하나의 길로 묶인 용유도·삼목도를 비롯하여 무의도·신도·시도·장봉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인접해 있다. 본디 영종도는 제비가 많은 섬의 의미로 자연도(紫燕島)라고 불리었으나, 조선시대에 영종진으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그 후 역사의 물결을 따라 인천부·부천부를 맴돌다가 1973년 옹진군으로 편입되었으며, 1989년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동으로 개칭되었다.

 영종도의 중앙에 우뚝 솟아있는 백운산(白雲山)에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용궁사가 자리하고 있으며, 인천경제자유지역 영종지구 운남동 일원의 조개무지 유적지에서 2000년 전의 여성 인골이 발견되어 영종도의 오랜 역사를 대변하기도 했다. 이러한 섬 마을 영종도가 국제적인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밀라노 디자인 시티(Milano Design City)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갯벌 370만㎡를 파내어 물을 채운 뒤 수상도시를 만들어 '예술과 디자인의 시티 밀라노'를 세운다는 발상에 가슴이 설렌다.

 밀라노는 일찍이 켈트(Celts)인의 취락에서 출발하여 로마시대에는 '메디올라눔'이라고 불리는 북부 이탈리아의 중심지로 크게 번창했다. 374년 성(聖) 암브로시우스가 밀라노의 대주교로 등극하면서부터 밀라노는 북부 이탈리아의 종교적인 중심지로 발돋움했다. 그러한 공로로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깊게 각인된 성(聖) 암브로시우스는 지금도 밀라노의 수호성인(守護聖人)으로 추앙받고 있다.

 대성당이 건축되고 운하가 개통되며 브라만테,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을 비롯한 문인과 예술가들이 이 도시에 모여들어 황금시대를 이루었던 밀라노-. 이러한 밀라노가 근대공업의 중심지로 탈바꿈한 것은 언제일까? 그리 오래되지 않은 19세기 후반이다. 전통적인 섬유공업을 토대로 일궈낸 이 도시는 1880년대에는 알프스 산맥의 수력발전을 이용하여 금속공업·화학공업·기계공업 등의 중화학공업을 진작시킴으로써 이탈리아 최대의 공업도시를 만들었다. 이 밀라노는 여러 산업을 망라하는 종합적인 공업지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특히 화학·섬유·기계공업이 두드러진다. 그러한 밀라노에 아픔도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시가지의 많은 부분이 폭격으로 손상을 당했었다. 그러나 중앙역(驛)을 중심으로 한 도심지대는 근래 고층건물이 줄을 지은 오피스 가(街)로 변모되었고 지하철도 정비되어, 로마와는 다른 근대적인 상공업도시로서의 성격을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다. 특히 밀라노의 많은 역사적인 건조물 가운데 4세기 말에 창설된 성(聖)암브로시우스성당, 백 대리석 고딕양식의 밀라노대성당, 브라만테의 손길이 더해진 성(聖)마리아 성당과 그 성당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벽화 '최후의 만찬' 등은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다. 더불어 오페라극장인 라스칼라극장과  많은 미술관 등도 돋보인다.(NAVER 백과)

 이와 같은 밀라노의 이름을 따서 영종도의 한국 지명에 '밀라노 디자인 시티'라고 붙여도 되는 것일까? 이를 계획한 건축가 김석철(56세)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명쾌한 답을 제시했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어로 된 지명보다 훨씬 정체성이 확실하다. 밀라노시티는 국제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와 허브 도시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경계심도 덜 하기 때문이란다.

 예로부터 좋은 도시를 디자인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시도 되었다. 뉴욕시립대학의 도시계획 전문 교수인 조나단 바넷(Jonathan Barnett)은 <도시 디자인의 근대사>라는 책에서 "도시 디자인은 사회적 개혁이라는 유토피아적 기대에 근거를 두면서, 그 개념은 그 시대에 현존하는 여러 가지 도시 문제를 현실적으로 치유하고 부분적으로 수행되며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도시들이 가진 경제적·정치적·개인적 환경 요소들과는 전혀 다른 상황 속에 적용됨으로써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했다.

 밀라노 디자인 시티(Milano Design City)는 내년부터 공사를 본격화하여 오는 2017년에 모든 기관이 입주한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제원이다. 4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어디서 조달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세계의 금융 시장은 아직도 먹구름 속에 갇혀 있다. 외자유치를 위한 노력이 인천시의 몫만은 아니다. 국가적·국민적 차원에서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예기치 않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