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언급했던 획기적인 주택공급정책의 윤곽이 드디어 드러났다. 8월 27일 국토부에서 발표한‘서민들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공급 대폭 확대책’안에는 수도권 개발제한구역내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2012년까지 모두 앞당겨 쏟아내는 등 공공주도의 공급량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 한 축이고, 근로자생애최초 주택청약제도를 신설해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을 실현시키겠다 것이 주 골자다.

도심의 직주근접이 가능한 양호한 입지에 주택을 대량공급 함으로서 분양시장을 통한 내집마련의 기회를 확대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특히 공급로드맵이 조기공급에 맞춰져 있어 서민들의 저렴한 내집마련도 보다 앞당겨 질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도 주변집값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 유망지역의 경우 최초 주택구입자에게 큰 시세차익이 기대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도시행에 따른 후속대책과 문제점을 보완할 투기방지책이 반드시 뒷받침돼야만 한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보금자리 주택 20만호를 2012년까지 추가 조기공급해 총 32만호(연 8만호 수준)를 공급할 계획인데,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사실 지금도 수도권 집값이 안정되려면 매년 25만~30만호를 공급해야 하지만, 정부가 목표량 수치를 채우기 상당히 힘든 것이 현실이다. 기존 목표량의 1/3수준인 8만가구를 매해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으로 공공이 메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인 정부정책으로 주택공급량을 계획대로 채운다 하더라도 이는 토지가격 앙등이란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 토지보상금의 현금비율과 채권비율의 재조정이나 현물(단독주택ㆍ상가 용지)보상 같은 제도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난개발도 걱정된다. 개발제한구역 해제로 2012년까지 수도권에만 32만호가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을 둘러싼 환상형의 택지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는데 반해 이에 대한 택지의 정체성 (도시 기능의 색깔과 철학)과 자족기능, 기반시설(교통, 교육, 편익시설 등)이 충분히 완비될지 의문이다. 비교적 녹지 훼손 비율을 줄이기 위해 비닐하우스 위주로 그린벨트를 해제한다해도 기존 도심의 생활편익시설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보금자리주택은 실용적 마감재와 불필요한 시설 축소, 용적률 완화로 마감재의 질이 떨어지거나 생활환경이 조밀해져 쾌적성이 낮을 수밖에 없기도 하다. 내년 4월 사전공급될 위례신도시도 4.3만호의 절반규모인 약 2.2만호가 보금자리주택으로 공급될 것이므로 본래 기대했던 강남대체주거지와 고급유효수요의 흡입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금자리주택의 공급확대는 2기신도시 분양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12년까지 3년간 공급될 약 60만호 대부분인 40만호가 서울과 연접한 그린벨트 해제지와 도심재개발예정지에서 공급될 계획이다. 대기 청약자로서는 물량이 많아 당첨확률도 높은데다 일부지역은 분양가 수준이 2기신도시보다 낮고, 도심접근성도 뛰어나 2기신도시의 선호도와 청약률을 반감시킬 여지도 크다.

청약통장 가입자의 갈아타기 러시도 예고된다. 청약저축의 쓰임새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기존 청약예금·부금가입자는 만능통장인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더 가속화 될 것이다. 정부가 국민주택기금을 크게 확충하기위한 복안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서민·근로자에 대한 청약기회의 확대책으로 마련된 “근로자 생애 최초 주택청약제도”의 의도는 순수하다고 본다. 그러나 기존청약대기자의 박탈감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 청약저축 통장은 본래 순차제가 기본정신이다. 장기무주택 여부와 청약저축불입횟수·불입액, 부양가족수에 따라 물량을 배정해주므로 비교적 당첨이 공정하고 불만도 작다. 하지만 생애최초 청약으로 인해 물량의 일부(20%)가 추점제로 도입돼 순차제의 의미가 훼손됐다. 특히 이는 근로자 생애최초 청약 자격을 똑같이 갖춘 무주택 청약예금·부금 가입자의 반발로도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장기적 공급확대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공급확대책이 필연적으로 개발호재로 인한 땅값상승 꼬리표를 달고 다니게 되는 양날의 칼과 같다는 점은 정부가 신중히 풀어야할 숙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