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정의의 법들이 상당한 정도 준수되지 않는다면 존속할 수 없다. 불의는 필연적으로 사회를 파괴한다. 따라서 불의가 나타날 때마다 인간은 놀라워하며 이를 중지시키려고 달려든다."

 국부론(國富論)으로 유명한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23-1790)의 또 다른 저서 도덕감정론(道德感情論, 1759)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에는 도덕적 세계의 현상을 자연세계의 동력 원리처럼 '동감(同感)의 원리'로 설명하려는 독창적 노력을 보여준 내용들로 가득하다. 스미스(Smith)의 주장처럼 '사회의 불의를 중지'시키려고 총대를 맨 사람이 있다. Y대의 이모 교수(59세)다. 그는 지난 5일 자신의 연구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서 폭로를 결심했습니다"면서 한 건설업체의 '검은 거래'를 조목조목 세상에 알렸다. 참으로 용기 있는 교육자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말을 빌리면 이모 교수야 말로 "진실로 확고부동한 사람. 자기억제의 위대한 학교에서 그리고 이세상의 번잡함과 사업(business) 속에서 철저하게 교육되어 온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20년간 살았다'는 이 교수는 한국 건설업체들의 검은 거래를 단절하기 위해서 작심을 하고 기자회견을 감행함과 동시에 당사자를 검찰에 고발조치가지 했다. 무슨 이유로 그러한 일이 벌어졌을까? 문제는 건설업체의 수주 과정에서 비롯된 관행적(?)인 일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난 달 파주시가 발주한 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케이션센터 건립공사입찰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했었다.

그는 금호건설의 디자인이 좋아서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했다. 그런데 금호건설의 영업팀장은 '잘 봐주어서 고맙다'면서 10만 원 권 상품권 100장(1000만원 상당)을 이 교수에게 사례로 건넸다. 흔히 관행이라는 관대한 유혹에 빠져들 수도 있지만, 이 교수는 이성·양심·가슴 속의 재판관에 의해 이를 거부했다. 그는 금호건설로부터 받은 상품권 모두를 증거물로 제시했다. 

건설공사의 턴키 공사 등 대형 프로젝트에는 반드시 전문 위원들이 엄정한 심사를 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심사위원이 누구냐에 따라 평점이 달라질 수 있다. 발주처는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 심의 위원의 명단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고 심사 당일 새벽에 알리는 형태를 취한다. 그런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건설업체들은 심사위원의 명단을 사전에 알아내어 물밑 접촉을 한다. 이 교수도 '알 수 없는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명단을 관리하는 측에서 흘리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영업담당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능력을 인정받는 것은 심사위원들의 명단과 인적사항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다. 명단입수에 성공한 기업이 수주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영업담당자들의 수완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명단을 입수한 건설사들은 지연, 학연, 혈연을 총동원하여 전력투구한다. 여기에서 '검은 거래'가 싹트기도 한다.

 거래(去來)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 의미와 회계에서의 거래로 구분된다. 일반적인 의미의 거래는 상인과 상인 또는 상인과 고객 사이에서 재화나 용역 등이 오고 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회계에서의 거래는 자금이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인 거래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해도 자금의 이동이 수반되지 않는 경우는 회계에서의 거래가 아니며, 일반적인 거래로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해도 자금이 이동한 경우(재해, 도난, 감가상각 등)에는 회계 상의 거래로 인정된다. 그렇다고 해서 '검은 거래'가 회계 상의 거래로 인정될 수는 없다.

 아무튼 정상적인 거래가 아닌 건설업체의 '검은 거래'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비리가 발생할 때 마다 건설기업이나 건설인들이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건설업에 있어서도 세계화의 물결은 날로 거세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검은 거래'가 해외에서 통할 리가 만무하다. 건설회사들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검은 거래'가 아닌 '도덕적 거래'를 일상화하는 것이다. 한국 건설업계에 대해서 '부패의 극치'라는 이 교수의 말이 독설(毒說)처럼 들리지 않는 현실이 개탄스럽지만, 이 교수가 심의위원 자격을 계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가 더욱 걱정스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