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한반도의 젖줄로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생활, 문화, 역사의 공간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조선시대 도성 밖 외수로 취급 받아 왔으나, 해방 이후 인구의 증가와 서울 도시공간의 확대와 개발로 인해 서서히 부각되기 시작한 이래, 명실상부한 강남ㆍ북 도심의 중앙에 자리한 핵심 축이 되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개발로 강 주변에 아파트 등 주거단지가 조성되고,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림픽도로와 강변북로 등이 건설되며, 한강은 우리의 삶 속에서 멀어져 갔다. 접근성은 더욱 떨어졌고, 주변 아파트 단지는 장벽으로 변질되어 주민이 참여하는 친환경 문화공간으로의 활용은 한계에 봉착하였다.

세계적으로 대도시 주변을 흐르는 큰 강이 있는 지역은 그 곳을 삶의 터전으로 연계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서의 이용가치를 극대화 하여 왔다. 반면, 우리는 이런 엄청난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도로와 아파트로 차단하여 문화적으로 괴리시켰으며, 한강변 점유자의 조망권 가치나 산정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수변지역 공공성 재편계획을 수립한 것은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서울시는 한강의 자연성 회복을 통해 ‘친환경도시 서울을 위한 한강 에코 네트워크(Eco Network) 구축’의 목표아래 한강르네상스를 통한 한강 그린웨이(Greenway) 조성과 수변지역 공간계획을 통한 대규모 공원녹지 조성을 추진한다. 또한 ‘한강을 중심으로 재창조되는 수변문화 중심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한강변 다양한 활동을 유도하는 공공ㆍ문화시설 조성과 이를 통한 수변 문화축을 형성하고, 이것을 중심으로 서울의 공간구조 전환을 꾀하는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현재 한강 지역은 연접지역의 85% 이상이 주거지역으로 이 중 아파트단지가 40%를 차지한다. 이는 성냥갑 판상형 아파트가 강변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상황으로 획일적이고 단조롭기 그지 없다.  한강 유람선을 타고 뱃놀이를 하자면 따분하기 이를 데 없고 답답하여 두 번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 한강변에 즐비한 이런 식의 아파트 재건축을 계획 없이 방치한다면, 수변의 사유화ㆍ 독점화로 인해, 더욱 장벽화되어 도시미관을 해칠 것이다. 

서울시는 우후죽순으로 재건축되던 사업을 지구별 재건축으로 통합 추진하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향후 한강변에 연접한 지역의 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경우 기본적으로 순부담률(토지 기부채납 + 공공시설 설치 + 비용부담) 25%의 기부채납을 받아 공공용지와 기반시설을 확보하고, 높이 관리를 통해 주거부문 최고 층수를 50층  까지 완화 유도ㆍ 관리하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한강연접지역의 체계적 개선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계획수립이 시급한‘전략정비구역’으로 압구정ㆍ 여의도ㆍ  이촌ㆍ 성수ㆍ  합정 등 5곳을 지정하였고, 중장기적으로 개발 유도가 필요한‘유도정비구역’으로 반포ㆍ 잠실ㆍ 당산ㆍ 구의자양ㆍ 망원 등 5개 지구를 지정하였다. 전략정비구역은 연내에 법정 도시관리계획을 수립해 통합 합동개발 방안 및 전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압구정지구는 미성, 신현대, 구현대, 한양아파트 단지까지 115만㎡ 부지를 하나로 개발한다. 올림픽도로를 지하화하고, 기부채납 비율은 26~30%를 적용하여 50층 내외의 초고층으로 층수를 높인다.

여의도지구는 한강변 시범, 대교, 삼부아파트 등과 샛강변쪽 미성, 광장아파트를 각각 통합재건축하고,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연계 개발하며, 기부채납 비율은 40%로 상업지역으로 변경 70층까지 개발한다. 이촌지구는 왕궁, 한강맨션, 강변, 삼익, 시범 등의 단지를 통합 재건축하며, 보행문화권역으로 광역 녹지축을 만들어 한강 접근성을 개선한다.  성수지구는 단독주택지와 근린상가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으로 강변북로를 지하화하고 복합문화시설을 도입한다. 합정지구는 당인리 발전소 이전계획에 따라 강변북로를 지하화하여 문화예술권역으로 개발한다.

이런 장밋빛 계획이 실현되려면 여러 가지 난관을 해결해야 한다. 우선, 기부채납으로 마련될 공원과 복합문화시설을 주민이 이용하는데 따른 만족도는 높아지겠지만, 초고층이 주거의 쾌적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초고층으로 사업을 진행함에 따른 자체 건축비 증가 등으로 조합원의 사업성이 양호한지 꼼꼼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종전의 재건축 관련 규정인 용적률, 소형평형의무비율, 보금자리주택 등의 조항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의견수렴의 한계로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위 내용에 대한 보다 면밀한 후속 검토가 필요하며, 그래야 추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한강은 서울의 도심을‘W’자로 가로 지르며 묵묵히 흐르고 있다. 이는 한 시대를 살다 갈 우리 세대의 소유물이 아니며, 대대손손 물려 줄 사회 유산이다.  공공의 가치와 사유재산에 대한 절묘한 합의점을 도출하여 모두가 승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W’라인인 한강은 Win Win으로 부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