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했다.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급매물이 자취를 감추었다. 일부 재건축 단지에선 호가가 수 억 원씩 상승하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일각에선 이같은 현상을 강조하며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마저 내놓았다. 사람들의 눈과 귀가 강남 부동산 시장으로 쏠렸다. 정부도 이런 시각을 의식해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를 늦췄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을 받쳐주기엔 시장의 체력이 너무 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여전히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고, 실물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급속도로 진행하면서 강남발 부동산 바닥론은 ‘혹시나’에서 ‘역시나’로 바뀌었다.

사실 급격한 실물경기 침체속에서 부동산 홀로 상승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실물경기가 침체하면 실업자가 늘어나고 이는 부동산 구매력 약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지금은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현상이 진행중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집값이 5~10% 가량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 지역이 국지적인 호재로 상승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집값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 집값 반등 시점도 자꾸 늦춰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깊어지면서 경기 회복 시점이 자꾸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2%대로 예상하고 있지만, 마이너스 4~5%대가 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올해 1분기는 마이너스 5%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 97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문제는 2분기는 이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식적으로 10만가구가 넘는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도 좀처럼 해소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도 선뜻 구매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건설사들은 이 때문에 올해 분양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대도 재건축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 등 핵심 규제를 풀기 위한 법률 개정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여야간 대립 속에 무산됐다. 이는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올해 초부터 상등했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부동산 시장을 견인할만한 재료는 없는 것 같다. 뉴타운과 같은 개발계획도 통 먹히지가 않는다. 부동산 급락은 부동산 급등만큼이나 문제다. 전문가들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 최근 반짝 상승 후 장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10년’의 장기 불황에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는 물론 재건축, 재개발 등 부동산 관련된 규제들을 과감히 풀어야 한다. 그래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까다. 부동산 시장이 폭등했던 과거의 잣대로 현재를 재단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없다. 투기는 막되 투자는 활성화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과 국회 난장판이 부동산 시장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부동산 시장에 봄바람이 분다.

김익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