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들어서 거의 매달 규제완화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대책이 발표돼, 지난 정부에서 참으로 많은 규제들을 시행해 왔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한편, 과연 이런 식으로 조금씩 규제완화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의구심도 들게 한다. 

즉, 정책의 수단과 시기, 그리고 폭에 대한 선택이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다. 더구나 최근 발표되는 정책 수단들은 과거 정부들에서 즐겨 사용하던 것들로서 정치논리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수도권 1세대 1주택 비과세 거주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적용을 연기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삭제해 버렸다. 이렇게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어렵게 돌아간다는 것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새정부의 정책철학이 빈곤하거나 정치력이 부족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따라서 새정부의 철학과 원칙을 담은 부동산 정책의 종합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경기에 상관없이 수행되어야 할 정책과 경기조절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할 정책들이 구분되어야 한다. 

이러한 종합적인 그림이 없이 현재와 같이 과거정부가 사용했던 수단들을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방식은 규제완화의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시장참여자들에게 관망토록 하는 유인으로 작동할 뿐이다. 규제합리화의 한계와 원칙을 분명히 밝히고 거기에서부터 역으로 규제의 필요성을 검토해 나가는 방식의 작업이 필요하다. 

최근 종부세를 둘러싼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이것은 새정부의 철학과 시장원리에 비추어 생겨나지 말았어야 할 제도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를 편 가르고 벌주는 식의 정책은 없어져야 한다. 

더 이상 세제를 징벌의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전환이 국민의 공감을 얻으려면 부자가 잘 살아야 가난한 사람도 잘 살 수 있다는 상생의 논리를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호소해야 한다. 

한편, 새정부가 강조한 부동산 정책방향중의 하나는 외곽의 신도시 개발보다는 도심지의 재활용이다. 참여정부기간동안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올랐던 것은 주택수급의 질적 부조화 때문이다. 즉, 물량적으로는 주택이 충분한데, 필요한 곳에 필요한 주택이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논리에 볼 때, 새정부가 추진하는 신도시 개발이나 도시외곽의 그린벨트를 풀어서 고밀도의 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겠다는 정책은 주택의 양적 측면은 충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주택수급의 질적 부조화를 초래함은 물론 도심고밀-외곽저밀이라는 도시경제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저소득층의 임대주택은 교통이 편리한 도심의 역세권에 대량 공급되어야 한다.
 
이는 최근 독신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인구구조의 변화에도 대응하고 장기적인 공급기반의 마련을 위해서 지금 당장 준비해 나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다만, 역세권의 고밀개발은 외곽개발에 비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사업이므로 양자를 연계하는 재정회계나 금융기법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존 도심의 재개발에는 복잡한 권리자들 간의 신속한 합의와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획기적인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며 도시계획과 밀도관리 측면에서의 적정성도 검토돼야 한다. 이 점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에 새로운 상생협력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 

최근 미분양 토론회의 사회를 보면서 느낀 것은 공급정책이 결코 수요정책과 괴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미분양 해소에는 각종 부동산 조세와 금융규제를 완화하라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급정책은 상호 조화롭게 조정돼야 한다. 다만, 기존의 규제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주택담보비율(LTV) 대출규제와 소득대비상환액비율(DTI) 대출규제는 조세정책보다 더 효과적인 가격안정책이었다. 더구나 이러한 금융규제 덕분에 최근의 금융위기가 주택담보대출의 부실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여타의 모든 직접규제들은 근본에서부터 그 존재이유가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