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경영난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쫙 깔렸고, 신규 프로젝트도 대부분 중단됐다. 여기서 저기서 유동성 위기라는 말이 들린다. 3W(사명이 ㅇ으로 시작하는 건설사 3곳)가 사실상 부도에 직면했느니, D사는 '산소 호흡기' 만 떼면 바로 쓰러지느니 하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급기에 얼마전에 악성루머에 시달리는 한 건설사가 해명성 보도자료를 내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 회사 대표는 “누구를 위한 의도인지 답답하다”면서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이 있어야 건설경기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건설사 투자설명회(IR)는 실적보다는 유동성에 더 촉각을 곤두세운지 오래됐고, 해당 건설사들은 해명 자료를 준비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물론 그 동안 경험상 루머가 사실로 확인된 경우가 적지 않지만, 지금처럼 건설업계가 무차별적으로 부도괴담에 시달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국내 미분양 등 대내외 악재가 건설업체의 부도설을 양산하는 원인이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최근 악성 루머는 그 범위와 내용에서 도를 넘어섰다는 느낌이다.

이제는 전문 건설업체를 넘어 대형 건설사에 이르기까지 부도설에 휩싸이지 않은 업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소문대로라면 국내 건설업계중 이번 위기를 돌파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냉정히 따져보자. 국내 건설업계가 지금의 위기를 넘어서지 못할 정도로 취약할까. 올해 3분기 주요 건설사들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미분양을 해외 수주로 만회하고, 주택부분의 손실을 플랜트와 토목 분야에서 커버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영지표를 보면 말처럼 그렇게 쉽게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는다. 믿기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그들의 경영지표를 확인해봐라. 해당 기업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증권사에 전화 한 통이면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수요와 가격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지방에 고가의 아파트를 지어 유동성 위기를 자초한 일부 건설사를 변론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팩트가 확인되지 않는 루머가 시장에 급속도로 확산돼 급랭한 건설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드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루머의 확대 재생산은 진짜 위기를 조장하고, 그 위기는 ' 한국판 서브프라임' 위기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건설사 부도 괴담을 차단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행이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10·21 부동산 대책은 건설사의 부도 괴담을 상당 부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유동성에 몰려있는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9조원을 푼다고 한다. 모럴해저드 등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지만, 일단 건설사의 악성 루머는 상당 부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함부로 쓰는 것은 반대지만, 이번 대책을 계기로 근거없는 악성 루머가 근절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익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