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잠자리 들기가 무섭습니다. 눈을 뜨고 나면 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두렵기 때문입니다.미국의 다우존스나 유럽증시가 곤두박질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어김없이 우리나라 증시는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합니다. 공포의 글로벌 경제가 이제 시작인지, 아니면 언제 가라앉을 것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고객을 대하기가 요즘처럼 어려운 때가 있었는가 싶습니다”

지난주 세계 증시는 미국을 중심으로 반짝 급등하는가 싶으면 다시 급락하는 혼조를 거듭하고 있다. ‘사상 최대 폭락’이라는 표현이 거침없이 등장하고 있으며 심리적 공포가 피부로 와닿고 있다. 증권사 한 임원의 말처럼 어디로, 어떻게 갈피를 잡아야할지 난감하다.
 
부동산시장은 벼랑 끝에 몰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분위기다. 집 값은 하락수준을 지나 폭락의 조짐이고 문닫는 주택건설업체와 부동산중개업소가 속출하고 있다. 올들어서 지자체로부터 등록이 말소되거나 등록증을 자진 반납(폐업)한 주택사업자는 9개월간 820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가 늘어났다는게 대한주택건설협회의 집계이다. 부동산중개업소는 8월 한달에만 전국에서 1400여곳이 간판을 내렸으며 서울에서는 지난달에 463개 업소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분양도 안되고, 거래도 안되니 문을 열어놓고 있어도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건설업계에는 괴담까지 나돈다. 멀쩡한 기업이 직원들 월급을 주지못하고 있다거나 링겔주사만 빼면 곧바로 부도라는 등 악성루머가 심심치않게 돌고 있다. 몇 개 업체가 쓰러져야 정부의 구제책이 나올수 있다는 건설업계내에서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정부도 수요일쯤 건설업 종합지원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선 환매조건부로 매입하고 부동산펀드를 조성하는 등 미분양 아파트의 해소를 통해 주택건설업체들의 숨통(유동성)을 터주는게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같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지원하는 등의 직접적인 유동성 경색을 풀어주는 대책도 포함하고 있다. 연말까지 만기도래하는 2조6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에 대해선 만기연장을 유도해나갈 방침이다. 건설사가 보유하고 있는 공공택지까지도 매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재정지출이 약 5조원(플러스 알파)대에 이를 전망이다. 실물경제에 대한 첫 번째 대규모 지원책인 셈이다.
 
그만큼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급한 불을 끄지않으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이같은 지원책을 불러왔다. 정부의 계산이 맞아떨어져 글로벌 공포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이번에 5조원을 푸는 것은 가래로도 못막을 것을 호미로 막는 사전 처방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