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 첫 직선을 일주일 남기고 후보간 설전이 뜨겁다. 7명의 후보가 지난주 부산(22일)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도시에서 합동연설회(유세)를 갖고 있는데 입후보간 공방이 비방전으로 치닫고 있다. 대부분의 후보가 협회의 화합과 더불어 공명,투명을 외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대방의 전력 등을 들어 협회를 이끌어가기에는 부적합한 인물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경쟁상대의 흠집을 찾아 깍아내려는 시도는 전세계 어느 선거를 막론하고 흔한 일이다. 대통령을 뽑거나 국회의원을 뽑거나 지자체장을 뽑거나 선거판에는 빠짐없이 등장하는게 상대후보 흠집내기다. 그래서 선거판에 나서려면 알몸으로 벗겨지다 못해 난도질당할 각오를 단단히 하라고 주문받는다. 이를 통해 ‘검증’을 받아야 선거에서 승리해도 떳떳하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공인중개사협회장 선거에 이러한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걱정스런 점이 적지않다. 한 사회나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는 검증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고 나면 큰 힘을 받을 수 있지만 단체장은 임기내내 발목을 잡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 수 있다. 특히 협회는 회원들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인위적으로 결성한 이익단체이다. 그래서 회원간 결속력이 강한 협회와 그렇지 않은 협회는 대외영향력의 차이가 크다. 외부에서 저명인사를 협회장으로 영입하는 것도 협회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서다.
 
이번 공인중개사협회장 선거처럼 8만5000여 회원들의 직접 투표를 통해 회장을 선출하면 회장이 종전(간선)보다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음은 물론 협회의 결속력을 강화함으로써 대외적으로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 상호비방과 반목이 심화될 경우 회장에 당선돼도 그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히기 어렵다. 자칫 협회의 존립에 심각한 상처를 안기는 후유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공인중개사협회가 회장 직선제를 처음 도입했지만 투표권자인 전국의 공인중개사(회원)들에게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같다. 부동산경기침체 등으로 먹거리 찾기에 부심하고 있는 공인중개사들에게는 회장선거가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20% 안팎에 그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회장에 당선돼도 회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못해 직선제 도입의 취지가 퇴색함은 물론 선거과정에서의 비방이 어떠한 후유증으로 작용할지 모른다. 

7명의 입후보자 모두는 이 점을 상기해야할 것이다. 또한 협회의 주인인 회원들은 이번 회장투표에 다함께 참여해 공인중개사의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스스로의 힘을 갖춰야 한다. 

회장의 자질론에 대해서도 갑론을박할 수 있다. 그러나 협회는 사회의 안녕이나 공공적 기능을 갖고 있는 곳이라기 보다는 회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임을 바탕에 두고 접근해야할 것이다. 즉 협회장은 도덕성과 같은 공통적인 기본 자질에 더해 인화력과 정치력를 갖춘 인물을 필요로 한다.공인중개사들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면 첫 번째 조건은 충족한 후보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