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나라에도 '랜드 마크(Land Mark)'가 줄을 잇는다는 소식이다. 상암동 랜드 마크, 용산 랜드 마크, 제2롯데월드 등 하늘을 찌르는 초고층 건물이 세워지고 있는 현실에서 우려되는 몇 가지 상황을 예견해 보고자 한다.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하늘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평평한 지상에서 멀어진다"
"커튼은 젖혀진 상태였다. 하늘이 있을 자리에 건너편 빌딩이 솟아 있었다. 별이 빛날 자리에 사무실의 불빛들이 켜져 있었다"
일본의 유명 소설가 '요시다 슈이치(吉田修一)'의 장편소설 '랜드 마크'에 나오는 말이다.

일본의 도심지에는 초고층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는 '요코하마' '신주쿠'.....하늘 높은 줄 모르는 초고층 '랜드 마크' 빌딩들을 보고서 이렇게 묘사했다. 이는 단순한 소설 속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 같다.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하늘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평평한 지상에서 멀어진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무너져 내린 잔해 속의 희망, 배신과 동의어인 구원, 폐쇄와 공존하는 해방, 허구에 몸을 숨긴 현실"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지진에 따른 걱정스러운 표현이다.

실제로 일본의 초고층 빌딩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마도 지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두려움을 불식시키고 일본의 초고층 빌딩 건설을 개척한 회사는 가지마(鹿島) 건설이다. 이 회사는 1968년에 지하 3층, 지상 36층, 높이 147m의 일본 최고의 빌딩(霞が關)을 지었다. 올해로 창립 151년이나 되는 이 회사의 연구소에 가면, 지진에 대한 실험을 실제 상황대로 한다. 진도 5.0, 6.0, 7.0 등의 내진·방진·면진 실험을 순차별로 하는 것이다.

필자도 수 년 전 이 회사의 연구소를 견학하면서 지진의 실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라 천지가 진동하는 공포 상황에 직면했었다. 가지마는 이러한 연구를 거쳐서 지진에 대비했다. '쓰나미'가 몰려올 때 '모든 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산으로 도망갔다'는 식의 동물적 감각을 지닌 센서가 지진대의 움직임을 사전에 감지한다고 했다. 지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이 회사는 일본 최고의 랜드 마크인 200층 빌딩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지진이 오면 200층 건물이 삼등분되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흔들리면서 중심을 잡아 지진을 견디도록 설계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한다. 우리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지진에 대한 대비책을 완벽하게 세우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키 자랑만하는 건물만을 건설해서는 안 된다. 
또 다른 우려는 초고층 랜드 마크가 우리의 경제 상황에 맞느냐는 것을 검증해 보아야 한다. '마천루의 저주'라는 가설도 웃어넘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초고층빌딩과 경제난과의 상관관계는 경제학의 경기순환 이론으로 설명이 된다'는 것이다. 마천루의 저주를 주창한 '앤드루 로렌스'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들이 통화정책 완화시기에 시작된다는 점을 적시했기 때문이다. '1930년과 1931년 미국에 크라이슬러빌딩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세워질 무렵 뉴욕증시는 대폭락 했고, 세계경제는 대 공항이 진행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늘로 치솟는 초고층 빌딩이 완공되면 그 나라의 경제가 바닥을 친다'는 '마천루의 저주'가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