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의 3대 주체를 꼽는다면 건설업체를 비롯한 부동산 개발업자, 부동산중개사 등 유통서비스업자, 투자자를 포함한 수요자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역할로만 치자면 정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겠지만 시장의 플레이어로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생산,유통, 소비의 주역인 이들은 또 정책에 따라 웃고 운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의 경우도 이들 부동산시장 주체자들에게는 명암이 크게 엇갈린다. 특히 수요자들은 세제개편안의 직접 당사자라는 점에서 희비가 클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고가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양도가액을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확대함으로써, 역시 이 정부는 ‘부자’편에 서 있다는 인식을 각인시켜줬다. 여기에 장기보유 주택에 대한 특별공제까지 가세(완화)해 고가주택이 몰려있는 강남주민들의 혜택은 더 커졌다.

그러나 정작 고가주택에 사는 강남주민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상당수 주민은 강남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고, 또 시세차익에 연연하는 가구가 그다지 많지않기 때문이다. 세금에 대한 심리적 부담만 덜었을뿐, 이로인해 집을 팔거나 하는 플레이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좀 더 많은 시세차익을 얻기위해 무리해서 강남에 집을 장만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게는 이번 세제개편안이 막힌 숨통을 트여주는 보약임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또다른 플레이어인 건설업체들은 어떨까? 한마디로 ‘도움이 안되는 정부’라는 반응이다. 지난 8.21부동산대책때도 건설주 급락이라는 날벼락만 맞았는데 이번 세제개편안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발목을 더욱 조였다는 것이다. 대표적인게 거주요건 강화다. 서울을 비롯한 5대 신도시 지역의 거주요건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 것은 물론 이제까지 거주요건을 적용하지 않은 지역까지도 2년간 거주해야만, 3년 이상 보유할 경우 양도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분양 아파트를 해소해야할 건설업체들은 눈앞이 깜깜할 따름이다. 

전국 미분양 가구가 정부의 집계로 14만7000여가구(6월말 현재)지만 실제로는 25만가구를 넘는다는게 건설업계 추정이다. 또 여기에 묶인 유동성 자금만 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것을 풀어야하는게 주택건설업계의 당면과제인데 거주요건마저 강화하면 실타래는 더욱 꼬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도 건설업계는 금융규제 완화를 간절히 부르짖고 있다. 집을 팔고, 사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해야 미분양 문제를 풀어보는데 돈 줄이 막혀 옴싹달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기준 금액의 상향조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소연한다. 주택가치 상승률에 따라 고가주택 기준은 확대 조정하면서 DTI를 올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주장이다. 동전의 앞뒷면처럼 항상 양지와 음지는 상존하는 법이다. 이제 동전의 뒷면도 잘 살펴서 부동산시장의 플레이어들이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