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처럼 집 문제로 온 국민의 촉각이 곤두선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을까? 헌집을 고쳐서 살기 보다는 통째로 허물어 내고 새집을 짓는 것을 선호하는 것도 과히 금메달감일 것이다. 아무튼, 서울뿐만이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도 재개발·재건축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유럽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역사의 숨결이 숨쉬는 아름다운 거리와 거기에 들어서 있는 집들이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해 준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러한 도시를 만들 수 없을까? 필자는 얼마 전 일본의 한 건축가가 제시한 ‘300년 주택’이란 테마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인공은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후쿠나가 히로시(福永 博, 63세)’라는 사람이다. 그는 "300년 주택이란 300년동안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을 지닌 맨션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300년, 500년의 시대를 새기고 보전되는 거리와 건축물은 무수히 존재합니다. 300년 주택은 건물 그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고 했다. 

또한 그는 토지와 건물의 가치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일체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후쿠나가씨는 사고의 방법을 하나의 사과에 비유해서 설명했다. 사과를 껍질(皮)·씨(種)·열매(實)로 나눌 수 있다. 사과의 껍질은 곧 사회적인 현상을 말한다. 맨션의 슬럼화나 환경문제는 지금의 문제이나, 버블의 붕괴는 과거의 산물이다. 버블의 진짜 원인과 문제점은 보고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과의 씨는 먹을 수는 없지만, 자손을 남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사과 론이다.

 ‘300년 주택’은 건축의 사명에 해당된다. 건축의 사명은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사회 발전을 위한 정확한 건축의 파악, 전통·문화의 올바른 평가·계승, 사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사고, 경제원칙을 감안한 풍요롭고 평화스러운 세계 구축 등 4가지 개념에서 ‘300년 주택’의 개념을 도출했다는 것이다. ‘300년 주택’은 단순한 디자인 중심이 아니고, 사회 속의 건축물 만들기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사과의 열매는 장기적으로 내구성을 가지는 건물을 만드는 구조를 말한다. 건축의 역사적 사실로부터 추측해 300년이라는 시간의 보전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유지보수없이 300년을 견딜 수 있는 주택은 존재하지 않는다. 건축물의 수명은 다른 재료와 부재의 집합체이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재료와 부재는 노후화가 진행된다. 그리고 부분적인 기능이 손상되면 건축물로서의 공간은 존재할지 몰라도 주택으로서의 기능은 소멸되고 만다.
 
후쿠나가씨는 대부분의 건축물들은 지금까지 ‘기술’만 추구해왔다고 했다. 그는 “기술만으로는 300년을 지탱할 수가 없다”면서 “새로운 관리 개념을 도입하여 ‘기술개발’과 ‘매니즈먼트’라는 2개의 축에 의해서 300년의 시간에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기술개발은 300년의 시간에 대해서 건물을 보전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 방법론을 조립하는 것이다. 매니즈먼트는 변화하는 것과 변화하지 않는 것을 예측하고, 건물과 자산을 보전하기 위한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300년 주택’은 이 2개의 축 아래에서 지금까지의 맨션 본연의 형태에 5개의 변경점을 더하는 것으로, 300년간의 내구성과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보전하려는 것이다.
‘300년 주택’은 좁은 의미로는 상품을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자산 가치까지도 포함된다. 다시 말하면 ‘300년 주택’은 주택으로서의 기능과 자산가치의 쌍방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주택은 단순히 사람이 사는 공간만이 아니라 풍요로운 삶의 가치를 상승시켜야 하며 기술적, 관리적, 사회적인 측면에서 종합적인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건축물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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