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틀랜틱 먼스리(Atlantic Monthly)의 기고가인 '로버트 케이플런'은  유엔 보고서를 인용하여 파키스탄에 대해 이렇게 썼다.

<불법 범죄활동이 판을 치고 있다. 이런 활동이 소득과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통적 가치를 파괴한다.....이런 활동이 사회에 미치는 파괴적 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그래서 인지 파키스탄은 노조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노조활동이 활발하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노조활동에 있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최대한의 법적인 보호를 받음과 동시에 제3자 개입과 복수 노조 설립도 가능하다. 그러나 노조의 천국인 파키스탄도 국가기간산업 현장에 대해서는 노조활동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모토웨이 현장도 당연히 노조 설립을 금지했다. 

하지만 이 현장에서도 변화가 일었다. 샤리프 정권이 바뀌자 '파키스탄 현장도 노조 설립을 인정한다'는 통보를 해왔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현장의 임직원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현장에는 소위 전문 노조 조직원이라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노조를 결성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파업을 일으켜 노조원들이 일을 하지 않고도 경제적인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는 직업적인 노조 조직원들이다. 이러한 조직들이 파키스탄에는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전문 노조 조직원 입장에서 보면 모토웨이 현장은 너무나 좋은 그들의 일터(?)였다. 현장의 노동자가 총 1만 명이나 되었고, 이를 공구별로 나눈다고 하더라도 2천명이 넘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던 현장에 드디어 전문 노조 조직원들에 의한 균열이 일어났다. 제3자 개입에 의한 파업에 돌입했던 것이다. 회사에서는 '처음부터 밀리면 끝장이다'는 생각으로 강수를 두었다. 전문 노조 조직원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총공세를 폈다. 양처럼 순하던 현지 근로자들이 이성을 잃고 난폭한 집단행동을 했다. 전문 노조원들의 최면에 걸렸던 것이다.

공사는 당연히 중단되었다. 회사도 공사를 중단하더라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맞섰다. 공사 중단은 한 달 동안 지속되었다.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실도 컸지만, 공사기간이 늦어지는 것이 더 큰 일이었다. 이러한 싸움이 한 달 더 이어졌다. 그래도 회사는 타협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고수했던 것이다. 두 달 동안이나 급여를 받지 못하고, 그들의 요구가 관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노조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공사 중단으로 엄청난 손해를 보면서도 타협하지 않는 회사 측의 완강한 태도를 지켜보던 근로자들은 고무풍선 바람 빠지듯이 노조활동에서 발을 뺐다. 시간이 흐르자 노조원의 수가 전체의 1%도 안될 만큼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전문 노조 조직원들의 위세도 땅에 떨어지게 되었다. 급기야 전문 노조 조직원들은 현장 근로자들에 의해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한편 회사는 객관적인 자세로 근로자들의 임금 체계를 정비했다. 근로자가 1년차 되는 날에는 현장 엔지니어, 현장 공사 담당, 인사 담당이 평가하는 3중 평가제를 실시하여 급여를 조정했다. 3개월 마다 우수 근로자를 표창하는 포상제를 도입했다. 사기 진작을 위해 우수 근로자의 한국 초청 행사를 연 2회씩 가졌다.

초기 2, 3년 차에 겪었던 노조 문제가 공사 완공 2년 전부터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모범 현장이 되었다.
국내에서도 노조 문제가 심각한 경영손실을 야기 시키고 있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해외현장에서의 노조 문제는 더 큰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우리의 건설 회사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건설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공사를 수행한다는 것 보다는 현지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각종 제도 등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파키스탄 고속도로 공사를 통해서 반추해 보면 너무나 중요한 요소들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