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리나라 아파트값이 또다시 경신됐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전용면적 195㎡(약 59평)인 아이파크(I'Park)가 57억원에 거래돼 종전 기록을 3억4000만원이나 끌어올렸다. 지난 2006년 아파트 실거래가격 신고제가 도입된 후 최고가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223㎡(약 65평)로 54억6000만원이었다. 이제 3.3㎡당 1억원에 육박하는 아파트가 등장한 셈이다. 

이런 걸보면 강남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기가 쑥스럽다. 아파트가 여전히 투자의 대상이라고 말하기도 어색하다. 이 집을 산 사람은 1년에 5000만원이 넘는 보유세를 내야하는데 이걸 월급쟁이들한테는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 의식주 가운데 하나를 해결하는데 57억원이 들어가고 해마다 5000만원 이상의 세금을 내는 것은, 일반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상상이다.

어릴때 네 식구가 한 방에서 지낸 적이 있다. 그때는 한 집 건너면 비슷한 처지여서 이상할 것도, 챙피할 것도 없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 살기가 좋아져 아이들에게 방 하나씩 주는 세상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집없는 사람이 많고 집 한 채 장만하려고 꼬박꼬박 월급을 모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아이파크나 타워팰리스에 사는 부자를 원망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부자는 존경받아야 한다는게 평소의 생각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라는 똑같은 이름으로 살면서 가격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나라, 특히 대도시를 중심으로한 집값은 경제규모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비싸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집에 대한 투자와 투기가 함께 몰고온 결과다. 투자와 투기는 구분하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젊을 때부터 부지런히 이사하면서 집을 넓히고 비싼 곳으로 옮겨다녀 목돈을 쥔 사람에게 투기꾼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대다수 중산층은 이러한 방법으로 집을 장만하고 자녀의 방을 마련해준다. 좀더 재테크에 밝은 사람은 은행융자나 담보, 전세 등을 잘 활용해 집을 여러 채 구입하고 시세차익을 통해 부를 쌓아간다. 이쯤되면 투자와 투기의 경계선을 넘나들기 마련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경제수준에 비해 고평가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제가 고성장할때에는 높은 주택가격도 짧은 시간내에 따라잡지만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집값만 뛰면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진다. 주식시장이 경제의 단기 선행지표라면 부동산시장은 장기 선행지표쯤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이 주식시장과 다른 것은 경제의 시그널을 알리는 주체가 아니라 경제가 따라가지 못하면 다시 후퇴하는 객체라는 점이다. 즉 경제가 계속 정체돼있으면 고평가된 거품이 빠진다는 얘기다.

우리는 이웃 일본을 통해 이러한 현상을 지켜봤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버블붕괴로 인한 고통을 줄이려면 지금부터라도 소나기를 피해나갈 방책을 찾는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