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에 있어서 공기단축을 위해서나 공사비 증가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돌관작업이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 돌관작업은 보편적으로 지정된 공기 내에 작업달성이 어려울 때 초과근무 실시·작업인원 증가·자재의 증감·교대근무제의 채용 등 여러 방법에 의해서 시행된다. 

그런데, 파키스탄 정부는 이러한 사유와는 관계가 먼 다른 목적의 공기단축을 제시했다. 국민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고속도로를 선보이고 싶었던 국가 지도자의 정치적인 배경을 깔고 있었던 것이다.

부토 정권의 실각으로 정계에 복귀한 ⌜나와즈 샤리프⌟ 수상은 자신이 첫 삽을 떴던 ’모토웨이’ 프로젝트를 대국민 홍보용으로 내세울 구상을 했다. 따라서, 그는 건국 50주년이 되는 1997년 8월 14일을 고속도로 준공날짜로 정하고 싶었다. 재집권에 성공한 수상으로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산업적 역사가 시작됨을 알리는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수상의 뜻이 그렇다고 할지라도 시공회사의 파키스탄 건설 본부장과 임직원들은 ’12월 10일의 준공도 벅찬데, 4개월이나 준공을 앞당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을 방문한 필자는 각공구의 현장을 돌면서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실마리를 풀어갔다. 

"무슨·무슨 이유로 안 된다고 하지 말고, ’된다’ 그런데 ’무슨·무슨’ 일이 어렵다고 생각하라."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꿔라"고 역설했던 것이다. 필자가 민간 기업인이었지만, 준공을 서두르는 수상의 고뇌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을 돌고 난 필자는 1997년 5월, 샤리프 수상을 만나서 "8월 14일 ’모토웨이’ 개통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준공을 앞당기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소식만을 들어오던 수상은 펄쩍 뛰면서 좋아했다. 필자는 수상에게 한 통의 편지를 남기고 돌아왔다.

"8월 14일 개통을 하겠습니다. 도저히 불가능한 구간은 우회도로를 임시로 만들어 개통토록 하겠습니다." 수상은 너무나 어려운 일을 시공회사가 감내하려 한다는 고충을 이해하고,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그때부터 장관들과 도로공사 사장이 공사구간별로 현장에 상주하면서 공사추진을 독려했다. 모두가 수상의 지시였다. 우기인 7월이 되자 공사는 생각대로 진척이 되지 못했다. 

특히, 준공하기로 했던 8월 14일은 자동차도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장대비가 쏟아졌다. 인간의 노력이 한계에 부딪쳤다. 홍수로 인해 고속도로의 조기 준공은 멀리 달아나 버렸다. 그러나, 수상은 포기하지 않았다. 우기가 그치자 그는 제 2의 준공날짜를 제시했다.
 "오는 11월 26일을 ’모터웨이’ 준공 날로 정한다."
우기가 끝난 9월부터 전 현장은 24시간 돌관 작업에 돌입했다. 회사는 난공사 구간인(10회분 참조) 솔트레인지에 모든 장비를 투입시켰다. 현장에 장비 폭격을 가했다고 하는 표현이 어울릴 듯싶었다. 사무실에는 발주처 직원, 감독관, 시공자 등 사람이 없었다. 

모두가 현장으로 총동원 되었던 것이다. 불야성을 이룬 현장에서는 12시간 씩 교대근무가 시행되었다. 준공일자를 눈앞에 둔 일주일은 모든 요원들이 현장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러나,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모토웨이’ 준공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1964년 12월. 독일을 방문한 박정희대통령은 아우토반(Autobahn)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귀국 후 박대통령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서둘렀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고속도로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박대통령이나 파키스탄의 샤리프 수상이나 정치 지도자의 생각은 비슷했던 것 같다. 고속도로는 그만큼 경제발전을 위한 중요한 역사(役事)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