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가구가 넘어선 아파트 미분양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해 보인다. 유가 고공행진에서 파생된 물가의 급속한 상승과 건설현장을 중심으로한 총파업 예고, 그리고 건설업계의 자금난 등과 맞물려 국민경제의 적신호가 되고 있다. 지금은 미국산 소고기 재협상 문제 등으로 묻혀있지만 경상적자 행진에 이어 순채무국 전환에 따른 외환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심상치않게 들린다.

지난 11일 정부가 내놓은 아파트 미분양 대책도 사태의 심각성을 각인시켜준다. 물론 이번 대책이 지방 아파트에 한정돼있고,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평가받고 있지는 못한다. 이번 대책을 보면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지방의 아파트에 대해 세제와 금융조건을 완화하는 수준이다. 즉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할때’라는 단서가 붙은 다음, 취득세와 등록세를 분양가의 2%에서 1%로 낮춰주는 것이다. 

또한 6억원 이하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지방 아파트를 구입한 후 2년 이내 보유주택을 팔 경우 양도세 중과(50%)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동안은 1년 이내에 팔아야 양도세를 피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건설회사가 분양가격을 10% 이상 낮추는 조치를 취하는 것을 전제로 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70%로 상향 조정, 주택구입에 따른 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 미분양 주택을 구입한 후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할때에도 내년 상반기까지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모기지보험 가입자의 대출규모도 늘려줬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말그대로 ‘지방용’이라는 점에서 냉각된 주택경기를 살리는데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당장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거주자가 이같은 혜택을 받기위해 자기 집을 팔고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개인 사정상 지방으로 이사해야 하거나 지방에 살고있는 사람이 이번 기회에 집을 넓혀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동산시장에 활력을 넣어줄 만큼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력이 없어 보인다. 

만약 정부의 이번 미분양 대책이 지방에 그치지 않고 수도권으로까지 확대됐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그 내용면에서 충분치는 않지만 그래도 수도권에 자극을 주면 각종 호재가 곁들여지면서 시장의 반응이 이처럼 냉담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수도권에 집중돼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 중과가 부동산시장의 발목을 움켜쥐고 있다는 점을 심도있게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집을 팔 수도 없고, 갖고 있기도 힘든 어정쩡한 상황이 바뀌지 않는한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활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양도세나 종부세를 자칫 잘못 건드리면 더 큰 화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근본적인 문제를 놔둔 채 변죽만 울린다면 해결책을 찾기란 요원하다. 부동산 정책은 종합예술과도 같아서 그 중심을 잡기가 대단히 어렵다.

지금은, 우리나라 경제가 부동산 경기침체의 수준을 넘어 심각한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