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국민들은 ‘반값 아파트’에 솔깃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토지임대 방식을 적용해 아파트 구입가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데 이어 열린우리당에서도 환매조건부라는 반값 아파트를 외쳤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반값 아파트가 잠시 유행어가 되었다.

올들어서는 조금더 고급스런 용어가 등장했다. 대통령직인수위가 내놓은 ‘지분형 아파트’이다. 해가 바뀌고 정권이 교체되면서 부동산시장의 논란이 ‘반값 아파트’에서 ‘지분형 아파트’로 옮아갔다. 모두 서민들의 아파트 구입을 좀 더 싸게, 쉽게 하자는 취지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시장이다. 부동산시장이 아무런 조건없이 따라오면 좋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반값 아파트가 구호에만 그쳐버린 것도 시장의 반응이 냉랭했기 때문이다. 아마 100원짜리 물건을 50원에 판매한다면 구름떼처럼 몰려들 것이다.
 
하지만 반값 아파트는 경제적 가치도 반만 누려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푼두푼 모아 아파트를 살때에는 집없는 설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서민들의 간절함도 담겨있지만 재산증식의 희망이 바탕에 깔려있다. 더구나 경제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에선 투자가치가 우선되기 마련이다.

지분형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온전하게 소유하지도 못하고 10년간 팔지도 못하는 상품을 사라고 하면 과연 몇 명이나 관심을 가질까. 지분에 참여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도 다른 투자상품보다 투자가치가 높아야 손을 내미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아파트 값이 일정 수준이상 상승한다는 보장이 있어야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 현실은 만만치가 않다. 또 이것은 부동산 가격안정책과 정면으로 상충된다. 아파트 값이 확실히 올라간다고 가정해도 투자자들에게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돈이 된다면 빚내는 것마저 불사하는게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심리인데 굳이 지분에 투자해 나눠 먹으려 하겠는가.

그래서 최근에는 ‘지분형 분양’이라는 변형 상품이 제시됐다. 지분형 아파트의 비현실성을 보완하려는 의도가 담겨있어 보인다. 아파트시장의 수급 당사자인 건설사와 수요자(청약자)가 스스로 윈윈을 모색하자는, 다소 시장친화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를 갖고 있는 건설사가 수요자와 함께 투자하면 금융기관이 투자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투자수익보다는 당면 과제인 미분양 물량을 소화함으로써 안정적 자금운영이 가능하다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자들도 손쉽고 저렴하게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 물론 아파트 구매자의 투자수익은 지분형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분형 분양’을 통해 13만호에 육박하는 아파트 미분양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시장이 제 기능을 한다면 이는 성공적인 아이디어이다. 다만 아파트 미분양의 원인이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현재의 아파트 분양가가 과연 적정한 것인지, 특히 대내외 경제환경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게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