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최저가 낙찰제 확대방침으로 건설업계가 바싹 긴장하고 있다.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아파트 분양도 안되고, 자재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또 자금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를 맞는 기업은 늘어나고 있고 있는데 최저가 낙찰제까지 확대되면 살아 버텨낼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단순한 수익악화가 아니라 중소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연쇄 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고 정부의 이런 방침이 백지화될 것 같지도 않다.

이런저런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건설업계에 닥친 문제를 풀어낼지는 미지수다. 그중에서도 최고가치 낙찰제가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제도 자체보다도 어떻게 적용하고 실행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최고가치 낙찰제도가 도입된다해도 당장에 최저가 낙찰제 대상을 100억원으로 확대하는 것과는 별개인 듯싶다.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근본적인 처방을 또다시 강조하는 소리도 들린다. 투명성 확보다. 발주에서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들이 발주와 수주에 얽매이면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는 거래형태가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건설업계의 갖가지 불투명 관행이 과거보다는 개선됐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하도급 업체와의 이중계약은 아직도 관행처럼 존재한다. 특히 다단계 하도급은 건설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다.
올들어 중소건설업체들의 부도가 속출하고 있는 것과 이러한 불투명 관행은 결코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건설업계의 불투명한 관행이 부도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 하더라도 외풍을 견뎌낼 힘이 약해진 상태라면 적지 않은 원인제공을 하는 셈이다.

이미 기업의 투명경영은 글로벌화, 정보화의 물결과 함께 피할 수 없는 명제가 됐다. 이제는 업종을 불문하고 기업이 투명하지 못하면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시장의 변화가 그만큼 빠르고 투명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도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혁신과 구조조정을 통해 이러한 흐름에 따라가고 있지만 건설현장은 아직도 게걸음이다. 최저가 낙찰제 확대가 지금의 건설현장에는 더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의 논리대로라면 최저가 낙찰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같은 품질이라면 싼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완전 경쟁시장에서는 변수가 작용하기 마련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가 그렇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낮은 가격에라도 낙찰받기 위해 출혈경쟁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고 이에 따른 수익악화와 품질저하는 불가피한 결과물이다. 나아가 ‘투명’이라는 단어와는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진다. 예산절감 의지도 좋지만 이보다는 품질과 가격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발주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데 정부가 앞장선다면 건설현장에도 투명성이 번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