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민생경제 회복을 차기 정부의 절체절명의 과제로 선택했다. 12월19일 실시된 17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이 보수적이며 대기업 CEO출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당선자로 선택하면서 던진 메시지다.
민선(民選)대통령 선거 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李)당선자의 높은 득표율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특히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의 절반 정도가 이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은 예사롭지가 않다. 이 당선자가 선거에서 내세운 ‘경제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열망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잘 나타내주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압도적 지지가 이 당선자의 순탄한 앞날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대선 막바지에 이뤄진 소위 ‘이명박 특검’이 앞날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당선자가 취임 직후 맞게 될 총선도 자칫 정국 불안을 부추길 수도 있다. 벌써부터 정치권은 내년 4월의 총선에 관심이 쏠려 있고, 당선자 주변도 이러한 정치열풍에 휩싸일 조짐이 보인다.
지금까지 3700만 유권자들은 여야 구분 모호, 후보 난립, BBK동영상 돌출 및 이명박 특검 등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유권자들은 후보의 도덕성보다 자질·능력·경험을 중시했다.
이 당선자는 이러한 압도적 지지에 담긴 민의(民意)를 잘 읽어야 한다. 대선 민의는 이 당선자가 목전의 정치 열풍에 휩싸이지 말기를 바라고 있다. 총선 등 정치는 당에 맡기면 된다. 참여정부의 실패도 노무현 대통령이 5년 내내 민생은 등한시하고 정치에만 몰입해온 탓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 파탄 직전의 경제 살리기가 최우선 과제
이번 선거는 이념· 세대· 지역 간의 갈등약화와 정권교체를 통한 경제성장 여망을 반영했다. 유권자들은 무리한 개혁 추진으로 인한 불안, 불확실성과 분열보다 예측 가능성과 경제성장 및 안보 중시의 보수적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이 당선자는 경제 회복에 전심전력해야 한다.
지금 민생경제가 파탄 일보 직전의 위기 상황임은 당선자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성장보다는 분배에 급급한 온갖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경제정책으로 경제는 속에서부터 곪고 있다. 재원 등을 고려하지 않은 복지 일변도 정책은 수정돼야 한다. 복지와 분배를 명분으로 한 반(反)시장적, 반(反)기업적 정책을 철폐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 수백만 젊은이가 일자리가 없어 빈둥거리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경제회복을 통한 일자리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당선자가 지금부터 경제를 챙기고 경제 회복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일 때 특검도, 총선도 결코 장애물이 될 수 없을 것이다.

◆ 왜곡된 부동산· 주택 정책도 바로잡아야
부동산, 주택 정책도 바로잡아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이란 미명 하에 전(全)국토는 투기장화한 지 오래다. 투기억제책으로 도입된 종합부동산세는 ‘세금폭탄’으로 변질돼 1가구 1주택의 중산층이나 봉급생활자마저 옥죄고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은 물론 가계가 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 이러한 고통을 해소해 주고 합리적인 근본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좌파 정책· 이념 청산해야
우리 사회는 지금 성한 곳 하나 없이 급·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중증환자에 비유된다. 참여정부 들어 국정 전반에 도입한 좌파 정책의 얼치기 실험이 주된 원인이다. 사회 곳곳에 배어 있는 그 적폐를 걷어내야 한다. 실용보다 이념을 앞세운 정책 실험의 폐해는 하루아침에 척결될 수 있는 손쉬운 과제가 아닌 만큼 세심한 접근이 요청된다.

◆ 퍼주기 일변도 대북정책-평준화 교육정책 재고돼야
퍼주기 일변도의 저자세 대북 정책부터 재고돼야 한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동안 추진해온 햇볕정책은 핵무기 개발로 되돌아와 안보불안을 키웠다. ‘이명박 정부’는 북의 핵무기 폐기를 이뤄내야 한다.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서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안정을 운위한다는 것은 말장난이요 위선에 불과할 따름이다. 한미(韓美), 한일(韓日)관계는 한국 외교의 축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훼손된 한미 관계를 종전 수준의 한미 동맹으로 복원해야 한다. 한일 관계의 재정립도 중요하다. 한일 관계를 국내 정치의 지렛대로 악용하는 구태나 구습은 청산돼야 한다.
지나치게 평등을 강조해온 교육정책으로 우리 교육의 질은 떨어지고 국가경쟁력은 퇴화했다. 사교육 억제를 명분으로 한 각종 교육정책은 공교육을 황폐화하고 사교육시장은 날로 팽창하는 부작용만 낳았다. 작금 세계는 무한경쟁의 시대로 돌입하고 있으며 자연적 국경선은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평준화라는 낡은 교육의 틀을 이제 벗어나야 한다. 교육 평등도 추구해야 할 주요한 목표지만 수월성 교육 또한 소홀히 해서 안 된다. 대학 자율화와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교육개혁이 실현돼야 한다.

◆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한 네 가지 원칙
이 당선자가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선 첫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정책을 재조정해 나가는 자질 및 능력을 함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잘못된 인지나 고정관념으로 인한 오해와 편견 및 왜곡의 함정을 피해야 한다. 둘째, 논공행상이나 코드인사를 지양하며, 전략적 비전과 의지를 지닌 유능하고 사심 없는 인재들을 발굴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이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누구나 모든 일을 혼자서 파악, 평가, 결정할 수 없다. 왕이나 독재자도 유능한 참모들의 도움을 받아 사태를 파악하고 처리한다. 셋째, 국내외 정책목표 설정 및 추진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재원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실현이 가능하다. 넷째, 국민 화합과 통합에 힘써야 한다. 과거사 청산이란 이름으로 지난 5년간 우리는 내부적 이념전쟁을 벌여왔다. 그 결과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약화됐고 국가의 정통성도, 정부의 정당성도 훼손됐다. 이 모든 것의 치유도 새 당선자에게 부과된 역사적 과제다.

◆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전철을 밟지 말기를 
이 당선자는 이번 당선이 노무현 학습 효과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노(盧)정부를 반면교사로 삼고 참여정부의 실정에서 교훈을 찾아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노 정권 최대 실정은 인사정책이다.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로 일컬어지는 측근 중심의 인사가 초래한 아마추어 국정 운영은 교육, 안보, 외교, 부동산 등 모든 정책 실패의 출발점이었다. 5년 내내 청와대 비서진과 측근들의 부정부패 및 비리로 정권의 도덕성이 비판받은 것도 인사 실정에서 연유한 것이다. 새 당선자가 대선 승리의 공을 논하여 그 업적을 기준으로 인사정책을 펼친다면 결과가 어찌 될지는 자명하다. 새 당선자는 능력 있고 검증된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기용하는 탕평 인사를 펼쳐야 할 것이다. 새 정부 5년의 성패는 인사에 달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당선자 인사정책의 첫 단추인 정권인수위의 면면을 국민은 날카롭게 주시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당선자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지만 투표율이 저조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만큼 국민들이 뽑고 싶은 후보가 없었다는 것을 말한다.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국민의 고심을 유념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 당선자 스스로 공언했듯이 항상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겸손한 지도자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