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한국가정법률 상담소 인천지부 법률구조위원
前 인천지방법원 협의이혼 숙려기간제도 상담위원

- 도박 채무의 변제와 그 반환 -

1. 사장님, 잔돈 좀 바꿔 주세요
야근 후 [며느리도몰라] 설렁탕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던 곤이씨와 곤이씨의 직장 동료들, 진한 국물맛에 빠져 그만 모두들 과식을 하고 말았다. ‘소화도 시킬 겸 간단하게 고스톱이나 세 판 치고 일어설까?’라고 말하며 슬며시 호주머니에서 화투를 꺼내드는 감과장. 광박 피박 있고 점당 10원으로 룰을 정하자, 무리 중 막내인 곤이씨가 500원을 들고 카운터로 달려간다. ‘사장님, 이것 좀 10원짜리로 좀 바꿔 주세요.’ 이 말을 들은 [며느리도몰라] 설렁탕집의 정사장은 얼굴을 찡그리고, 기가 죽은 곤이씨 ‘없으면 300원만이라도 좀...’하며 다시 한번 부탁하였다. 그러나 정사장님은 단호하였다.‘부탁을 들어 주고 싶지만, 내 가게에서 고스톱하다가 누가 신고라도 하면 사장인 나까지 처벌 받아요. 그러니 설렁탕 다 드셨으면 그만 나가 주시죠.’ 
2. 도박빚에 땅문서를 잡히다
이에 다시 회사로 돌아 온 곤이씨와 동료들, 아쉬운 마음에 딱 세 판만 치기로 하고 10원짜리 동전이 없는 관계로 점당 1000원씩으로 하여 패를 돌리게 되었다.  돈을 잃은 감과장 본전을 찾겠다며 세판이 여섯판, 여섯판이 열두판으로 이어지고 설렁탕집 영업을 마친 정사장까지 합류하여 새벽까지 이어진 화투판에서 곤이씨는 한 달치 월급을 잃고 만다.  이제 판돈도 커져 점당 10만원이 되었고, 현금이 필요한 곤이씨는 정사장에게 말한다. ‘제 명의로 된 땅이 있어요. 그걸 넘길테니 1000만원만 빌려 주시죠’이렇게 빌린 1000만원도 잃고, 곤이씨는 본인 명의로 된 선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하는 각서를 쓰고 또다시 정사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빌렸으나 이마저 모두 잃게 된다. 이제 날이 밝으면 곤이씨는 정사장에게 소유권이전등기 및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해 주어야 하는 것일까.     
3. 채무 독촉을 위해 하루 100통 전화 하기
한편 감과장도 다음날 갚기로 하고 구경 온 설렁탕집 종업원 악군으로부터 현금 300만원을 빌렸었는데, 통장에 잔고도 없고 월급날까지는 한달이 남아 사흘이 지나도록 악군의 돈을  갚지 못하고 있다. 화가 난 악군, 감과장으로부터 돈을 받아내기 위하여 5분 간격으로 감과장의 휴대폰 및 회사로 전화를 해 ‘과장님, 내 돈 갚으셔야죠’라는 말을 반복하여 감과장의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회사 업무도 마비 상태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4. 도박빚에 넘어간 땅 다시 찾기
이미 각서를 썼기에 자포자기의 심정이 된 곤이씨는 정사장에게 약속대로 근저당권설정등기와 소유권이전등기를 모두 마쳐 주었다. 그러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일한 땅도 잃고 선산마저 담보로 잡힌 후 식음을 전폐한 곤이씨, 상태가 위독할 정도에 이르러 죽을 고비를 넘긴 어느 밤, 문득‘조상대대로  물려 받은 땅을 하룻밤 도박으로 날려 버리다니, 이건 뭔가 부당해. 땅을 다시 찾아 올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곤이씨는 땅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5. 이야기속 법률 찾기
(1) 도박을 위해 돈을 교환해주거나 도박행위를 도와주면 형법상 도박방조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만약 장사장이 자신의 설렁탕집에서 도박을 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였다면 도박방조죄보다 무거운 도박개장죄로 처벌받고, 이에 더하여 [며느리도몰라] 설렁탕집은 행정상 영업정지처분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점당 10원의 고스톱이라면, 일시오락의 정도에 해당하여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점심내기 사다리 타기와 같이 재물의 득실 여부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재미로 하는 게임 정도라면 국가에서 범죄로 정하여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2) 곤이씨와 직장 동료가 한 점당 10만원의 고스톱은 일시오락의 정도라 볼 수 없고, 이들은 형법상 도박죄로 처벌받게 될 것입니다. 다만 곤이씨가 도박 중 판돈을 위하여 정사장으로부터 빌린 돈은 갚지 않아도 됩니다. 도박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곤이씨와 정사장 사이에 체결된 ‘도박자금으로 쓰기 위한 금정 차용계약’은 무효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에 부수한 담보제공 또는 소유권이전 각서도 모두 무효입니다. 곤이씨가 근저당권 또는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지 않아 정사장이 법원에 ‘근저당권설정등기 또는 소유건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도박 채무가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 밝혀진다면 정사장의 청구가 기각된다, 즉 정사장이 패소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3) 감과장 역시 악군에게서 빌린 300만원을 갚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설령 감과장이 다른 용도로 돈을 차용하여 악군에게 정당한 채권이 있다 하더라도 채무자가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하루 100통씩 전화를 한다면, 이러한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등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채무의 독촉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지만, 채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무한히 채무자를 괴롭혀도 된다는 면죄부를 얻는 것은 아니므로 그 정도가 지나치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악군이 도박 자금이 아닌 다른 용도로 감과장에게 돈을 빌려 준 것이라면, 악군에게는 법원에서 재판을 통하여 판결문을 얻거나 감과장으로부터 약속어음 공증을 받아 이것으로 감과장의 월급을 압류할 것을 권하고 싶군요.
(4) 곤이씨는 정사장에게 빌린 돈을 갚을 필요도 없고, 각서에 쓴 대로 등기를 해 줄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완료된 소유권이전등기 및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모두 말소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곤이씨 역시 도박을 한 자로서 잘못이 없다 할 수 없을 것이고, 도박이라는 불법을 원인으로 정사장에게 넘어간 땅은 ‘불법원인급여’로서, 민법상 반환청구 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불법원인급여는 이를 되찾는 데에 법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소유권이 종국적으로 넘어간 경우에는 이를 되찾을 수 없지만, 선산에 설정된 근저당권설정등기는 소송을 통하여 말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채권자가 도박 자금인 것을 알고 금전을 차용한 경우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만약 정사장이 곤이씨의 심부름으로 관련 서류를 구비해 곤이씨의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주었고, 그 후 곤이씨가 이 돈을 도박 자금으로 사용한 것이라면 은행으로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 객관적으로 업무 처리를 한 것 뿐이므로 곤이씨는 은행에 대하여 근저당권 말소를 청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즉 곤이씨에게는 아무런 구제 방법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고스톱이건 윷놀이건 사다리 타기건 가볍게만 즐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