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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나 건물의 임대차 계약의 허와 실

박소정변호사의 부동산 이야기-1

2007년 11월 12일 (월)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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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법무법인 서현 구성원 변호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인천지부 법률구조위원 인천지방법원 협의이혼 숙려기간제도 상담위원

1.땅을 팔고 싶지 않은 강개토와 건물을 짓고 싶은 최장사의 만남
얼마 전 정년퇴직하여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강개토씨는 새로 들어서는 상업지구 내 좋은 위치에 땅을 가지고 있다. 주변에서는 건물신축만 하면 대박을 터뜨릴 거라고들 하고, 강개토씨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당장 건축비 마련 및 건축에 따른 각종 신청, 허가, 세금문제 등을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 건물신축을 하루 이틀 미루던 것이 벌써 몇 해째 공터로 방치해 놓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동쪽대문에서 장사를 하여 사업자금을 모은 최장사씨, ‘내 이름으로 번듯한 건물 하나 가지고 장사를 해 보고 싶다’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 최근 급부상하는 상업 지구를 둘러보다 강개토씨의 땅을 보고 첫눈에 반한 최장사씨, 당장 강개토씨를 찾아 가 매수 제의를 했다.
그러나, 강개토씨의 대답은 ‘나는 땅을 자식처럼 생각하는 사람, 억만금을 준다 한들 자식을 팔수는 없소’였다.
한편 강개토의 땅을 잊지 못해 밤을 뒤척이던 최장사씨, 일주일 후 다시 강개토씨를 찾아가 하는 말, ‘그럼 딱 5년만 땅을 빌려 주시지요’.
이렇게 해서 강개토씨와 최장사씨는 토지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최장사씨는 특유의 민첩함으로 후다닥 건물을 지어 장사를 시작했다.
좋은 위치에 좋은 건물이니 장사가 안 될 수가 없었으나 어느덧 5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최장사씨를 찾아 온 강개토씨, ‘이제 임대차기간이 만료했으니, 자식같은 내 땅을 돌려주시지요.’
이 말을 들은 최장사씨, ‘그럼, 제가 신축한 이 멋진 건물은 어쩌란 말입니까’.
강개토씨의 대답은, ‘글쎄요, 철거하거나 업고 가거나 최장사씨가 알아서 하실 일이고, 저에게는 약속대로 땅을 돌려주시지요’.
최장사씨의 간절한 부탁, ‘그러지 마시고, 차임을 올려 드릴 테니 재계약을 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2.토지임대차계약 종료시 임차인이 신축한 건물에 관한 법률관계
최장사씨는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강개토씨의 토지를 임차하였습니다. 따라서 최장사씨는 민법 제643조에서 준용하는 민법 제283조 제1항에 의하여 강개토씨에게 계약의 갱신(재계약)을 청구할 수가 있습니다.
다만, 법에 의하더라도 토지임대차계약이 강제로 갱신되는 것은 아니므로 강개토씨가 재계약을 원하지 않는다면 재계약 청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최장사씨의 건물은 ‘타인의 토지 위에 세워진 건물’에 해당하므로 철거하는 것이 원칙이겠으나, 위 민법 제283조 제2항에 의하여 최장사씨는 토지임대인인 강개토씨에게 자신의 건물을 시가 등 상당한 가액으로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토지 임차인의 건물매수청구권),
강개토씨로서는 계약 갱신을 하거나, 갱신을 원하지 않는다면 건물을 적정한 금액으로 매수하여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최장사씨는 계약 갱신을 원하지 않는 강개토씨에게 토지 및 건물을 인도하고, 대신 건물 매매대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3.건물 포기 약정의 효력
이렇게 해서 최장사씨는 5년간의 정든 건물을 떠나게 되었고 강개토씨 역시 좋든 싫든 최장사씨의 건물을 살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강개토씨가 떠나는 최장사씨에게 건물매매대을 막 지급하려는 순간, 강개토씨의 옆에 있던 강개토씨의 딸 강수진씨가 5년전에 작성한 토지임대차계약서를 내밀었다.
'아버지, 계약서에는 최장사씨가 5년 후에는 건물에 관한 모든 권리 일체를 포기하겠다고 써있는데 왜 건물대금을 지급하시나요?'
깜짝 놀란 최장사씨, 5년 전 계약을 체결할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개토씨를 설득해 계약을 성사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스스로 포기 약정을 썼던 일이 이제야 기억난다.
그렇다면, 자기 손으로 포기 약정서를 쓴 최장사씨는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건물만 강개토씨에게 넘겨 주어야 하는 것일까?
건물매수청구권은 민법 제643조가 토지임차인에게 특별히 인정한 권리인데, 민법 제652조는 건물매수청구권 포기 약정 등 민법 제643조에 반하여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건물매수청구권 포기약정은 민법 제652조에 의하여 무효이고, 최장사씨는 건물매매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4.건물소유 목적의 토지 임대차 활용 및 유의점
토지 임대인의 입장에서 건물포기약정을 쓰면 임대기간동안 차임도 받고, 임대차기간이 종료하면 건물도 생기므로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하여 경솔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것과 같이 포기 약정은 법에 의하여 무효이므로 이러한 점을 유념하여 처음부터 계약체결여부를 신중히 결정할 뿐만 아니라, 계약종료시 지급하여야 할 건물매수대금을 미리 고려하여 차임의 액수를 결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토지 임차인의 경우, 쌍방 합의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일방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거나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약정이라면 약정이 무효가 될 수도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구제방법을 찾아보는 태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법이 임차인에게 부여한 건물매수청구권 등 각종 권리는 차임 연체로 계약이 중도 해지되는 경우에는 보장되지 않으며 어디까지나 계약기간동안 성실하게 차임을 납부한 임차인을 전제로 인정되는 권리라는 점을 기억하고 먼저 성실히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